[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유튜브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 3개를 폐쇄했지만 유사한 계정이 또다시 등장한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그동안 북한은 여자아이나 젊은 여성이 영어로 북한사회의 일상을 소개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송아’(Sally Parks), ‘유미의 공간’((Olivia Natasha-YuMi Space DPRK daily)), ‘뉴 디피알케이’(New DPRK)이다.
하지만 이 채널들은 최근 우리 국가정보원의 요청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5일 국내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이어 유튜브가 운영하는 구글이 26일 이들 계정 자체를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구글의 아이비 최 정책 커뮤니케이션 담당 매니저는 ‘미국의소리 방송’에 “구글은 북한 관련 등 적용 가능한 미국의 제재와 무역 준수 법률을 지키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당사 서비스 약관에 따라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매니저는 북한 유튜브 폐쇄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유튜브 사용자 약관에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채널에 대해 경고 및 폐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유튜브는 북한의 주요 관광시설 등을 소개하고, 북한주민들이 자유롭게 유원지를 찾는 모습 등을 소개했지만 이는 북한주민들의 실제 일상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령 영상에서 송아는 영국식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를 꼽았다. 유미는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면서 평양의 놀이공원 등을 소개하고, 요가수업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북한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은 ‘송아’ ‘유미’ ‘New DPRK’에 대해 “북한의 대남 심리전 일환”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과 달리 너무 미화됐고, 선전으로 사용되는 것이 명백해서 그런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통일부도 방통위 입장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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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정권수립일 74주년인 9월 9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 발사(불꽃놀이)가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2022.9.10./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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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튜브에 또다시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채널이 다시 등장했다. 2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여자아이가 나와서 북한 과학기술전당을 소개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최근 폐쇄된 유튜브 채널인 송아와 유사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8일 이 채널의 소개란에 자신이 11세 소학교 5학년이며, 평양은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고 썼다고 전했다. 또 메인화면에 송아의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다만 기존 채널에서 수만명을 기록했던 구독자가 34명에 불과했고, 이 채널엔 기존의 송아 채널이 삭제됐다는 소식도 게재돼있었다.
채널 주소를 살펴보면, 기존 송아 채널인 ‘https://www.youtube.com/@sallyparkssongachannel7794’에서 마지막에 ‘0’만 하나 새롭게 추가해 ‘https://www.youtube.com/@sallyparkssongachannel77940’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은 “누군가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기존 송아 채널에 있던 동영상을 그대로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당초 대북제재 등을 준수하기 위해 채널을 폐쇄한 조치가 무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아이비 최 대언론 담당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유사 채널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유튜브측이 북한의 체제선전 동영상을 공유하는 유사 채널에 대해서도 강제패쇄 조치를 취할지 눈길이 쏠린다.
유튜브는 과거에도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 ‘우리민족끼리’ 등 채널에 대해 약관 위반 등을 이유로 폐쇄한 바 있다. 이들 매체는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인 틱톡, 웨이보 등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010년 8월 처음으로 유튜브에 계정을 만들어 운영했으나 2017년 9월 유튜브 지침 위반을 이유로 강제로 삭제됐다. 우리민족끼리는 이후에도 여러차례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으나 유튜브가 거듭 채널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다양한 정보소개라는 SNS 트랜드에 맞춰서 유튜브에서 브이로그 채널을 운영하며 체제선전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미화시키는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판단에서 유튜브가 폐쇄 조치를 단행하고, 북한이 유사 채널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현상이 반복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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