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를 콕 집어 ‘대북지원부’라고 지적한 이후 해체 수준의 개편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통일부 내 조직개편이 단행됐고, 내년도 예산안 마련 시점에 맞춰 산하 기관의 구조조정도 지시된 상항이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차관이 모두 교체된 이후 사흘만에 윤 대통령의 “통일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전해지면서 다소 의아한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통일부는 지난 4월 교류협력실을 교류협력국으로 격하시켰고,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격상해 확대했다. 북한인권증진과를 신설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를 폐지하되 그 기능은 남북회담본부로 넘기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 남북관계 상황이나 윤석열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또 지난달엔 산하기관인 개성공업지구재원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통일부가 매년 6월 무렵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는 시점에 나온 것으로 이 역시 관련 예산안 감축 기조에 맞춘 것이다. 사실 2016년 2월 이후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면서 휴업 상태이므로 새 정권 2년차에서 예상된 일이었다.
따라서 이런 조치들이 단행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대통령의 호된 꾸중으로 통일부 안팎은 크게 술렁거렸다. 특히 이례적인 인사에 대한 배경이 확인된 셈이어서 ‘불신임’이란 평가가 나왔다.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통일장관에 ‘미국통’ 외교관 출신 통일차관 임명은 물론 그간 통일부 조직에서 발탁해온 통일비서관까지 주요인사를 모두 외부에서 채운 것은 특단의 조치라는 말 밖에 설명할 것이 없다.
그런데 임기 2년차에 이례적인 인사와 강경 발언이 나온 점에서 새로운 국정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기보다 방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통일부는 이미 변화의 흐름을 탔는데도 마치 낙인찍기와 같은 조치에 내부 반발이 나오는 것은 물론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선 윤 대통령의 대북지원부라는 말이 사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남북한 교류협력은 통일부 홈페이지에 적시된 통일부의 임무로서 대북 지원이나 퍼주기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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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한 통일부 전직 간부는 “통일부의 임무는 대북 사업, 남한 내 통일환경 조성, 국제사회에 통일환경 조성의 세 분야”라며 “이 중 대북 사업이 대화 및 교류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요구는 이전 정부가 하지 않았던 통일준비에 주력하라는 말로 들린다”면서도 “그런데 진보정부는 흡수통일 논란을 우려해서 통일준비를 하지 못하게 했고, 보수정부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 외에 어떤 통일준비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은 통일부의 전문성을 고려해서 부처의 정체성을 재정립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직 간부는 “통일부는 외교부가 하는 것과 다른 통일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정치권에선 그런 전문성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통일부가 이미 가야할 방향을 잡고 진전했는데 이번 대통령의 쇄신 주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통일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에 후보자 검증이 아닌 통일부 쇄신 얘기가 주를 이루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통일부 쇄신 발언은 최근 불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측 전문가가 통일부의 외부용역을 맡은 일,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에 면책조항을 표기했다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받은 일과 연관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 전문가들 다수가 진보진영에 포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고 쇄신까지 부를 엄중한 문제가 아닌데다가 ‘정확성은 보증 못한다’는 면책조항 역시 폐쇄적인 북한 상황을 감안할 때 통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의 뜬금없는 ‘통일부 낙인찍기’에 대해 정권 입맛에 맞춘 흔들기가 아닌지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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