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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본 쪽에서 '오염수'에 관해 설명할 거라는 보도가 일본 현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 (7월 6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기자 질문)
"만약 현지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현재 최근 일어난 이슈니까 후쿠시마 처리 이후, '처리수'의 방류 문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답변)
'오염수'와 '처리수'. 두 단어는 어감의 차이가 크다. 바로 해당 용어가 담고 있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오염수는 말 그대로 정화 과정을 거치기 전, 오염된 상태의 특정 액체를 말한다. 반면 처리수는 한번 이상의 정화 과정을 거친 처리된 상태의 액체를 뜻한다.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IAEA·일본·미국측 용어: 처리수)의 바다 방류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한 후, 향후 방류 시점을 두고 국내 정치권이 뜨겁다.
문제는 '오염수'라고 지칭한 용어 자체에 있다. 이 오염수라는 뜻에서 바로 프레임이 걸리기 때문이다. 듣는 모두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프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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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023년 7월 4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최종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IAEA 제공 |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대학교 도서관 오픈데이터베이스에서 처리수를 영어로 바꾼 'treated water'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논문 등 학술자료 8970건이 나온다.
이 학술자료들에서 처리수 개념은 하수 처리수, 하수처리 방류수, 정화한 생활하수, 침출 처리수, 공업용수 등을 말한다.
반대로 동일한 오픈데이터베이스에서 오염수를 영어로 바꾼 'contaminated water'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학술자료 4742건이 도출된다.
이 학술자료들에 따르면 오염수라는 용어는 폐수, 오염된 하수, 오염된 지하수 등을 의미한다.
원전 관리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 높은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번에 낸 후쿠시마 관련 최종 보고서는 이에 대해 'Treated Water'(처리수)라고 규정했다.
세부적으로 IAEA는 이에 대해 'The ALPS-Treated Water at the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후쿠시마 원전에서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과정을 거친 처리수)라고 정의내렸다. 이것이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용어다.
이 후쿠시마 처리수가 방류되면 가장 먼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또한 이에 대해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례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21년부터 이에 대해 줄곧 '처리수'라고 지칭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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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AEA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최종 보고서 표지. /사진=IAEA 제공 |
어떻게 보면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다. 무조건 오염수라고 생각하고 계속 이 용어를 써온 한국 언론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한국 국민들 일각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진실이다.
이 후쿠시마 처리수를 오염수라고 못박고 목소리 높일수록 과학과는 멀어지는 결과를 낸다.
불과 3년전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창궐했을 때를 복기해 보자. 당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우던 '우한 폐렴'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줄여서 코로나19(Covid19)라고 명명함으로써 명칭이 통일됐다.
WHO와 IAEA가 맡고 있는 전세계적인 역할을 감안하면, 그 당시나 지금이나 같은 사례다. 한국에서 왜 이번에만 굳이 '오염수'라는 용어를 고집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