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7년째 추진돼 온 2조원 대 국책 사업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말 한마디로 뒤짚힐 위기에 처했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종점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및 그 일가가 소유한 땅 근처로 급작스럽게 변경됐다는 의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총공세를 펴자 원 장관이 '사업 전면 백지화'라는 초강수 카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나 심지어 관계 부처와의 어떤 사전 협의 없는 원 장관 단독 결정에 당은 물론 지자체·지역 주민들까지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너무 경솔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양평 지역 주민들도 "참 어이가 없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부글부글 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수도권 제1 순환고속도로와 국도 6호선의 교통 정체를 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7년 ‘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점 추진사업’에 포함되면서 본격 시작됐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으로 하는 노선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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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하지만 지난 6월 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는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돼 있었다. 이에 민주당 등은 종점부와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이 종점으로부터 불과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김건희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에 계속되자, 원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이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한다"라며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을 겨냥해 "김 여사 땅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제가 조금이라도 인지한 게 있었다면,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라며 "무고로 밝혀지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장관 '백지화' 발언 한마디에 총 사업비 약 2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국책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경솔했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민들 역시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 발표에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너무 성급했다"라며 "도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든가 국민들이 원해서, 필요로 해서 그런 계획을 짰을 건데 일방적으로 무슨 논의도 없이, 분석도 없이 폐지하는 건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단박에 결정하는 건 말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양평군 주민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희룡 장관이 백지화라고 공포했는데, 그 자체가 너무 성급하고 또 대책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주민들을, 국민들을 생각하는 발언이 아니고 어떤 이슈를 땜빵해 보겠다는 건데, 너무 어이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여태까지 몇 년 간 추진하고, 계획했던 그 모든 것들을 장관 말 한마디로 백지화를 시킨다면 서민들의 주거 생활과 모든 계획들도 모두 백지화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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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정재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7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또 다른 주민도 "갑작스럽게 종점이 변경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다. 공무원들한테 물어봐도 자세한 건 모른다는 답변 뿐이더니 결국..."이라며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지 왜 애꿎은 지역 주민들이 희생양이 돼야 하나. 그리고 의혹이 있으면 의혹 해소를 위해 정부나 정치권이 충분한 설명과 근거를 대면 될 일 아닌가. 사업 백지화라니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백지화 결정이 "오롯이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양평의 '양'자만 나오면 김건희 여사와 연관지어 계속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악의적인 선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가 계속 이렇게 가야 되는지 회의가 들 정도"라며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원 장관의 사업 백지화 발언에 대해 "독재적 발상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국정조사와 함께 탄핵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 최고위 회의에서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라며 "종점 이전 의혹이 커지니 장관이 갑자기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놀부 심보도 아니고 내가 못 먹으니 부순다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7일 오후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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