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채권형 랩·신탁 영업관행, 선행매매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된 증권업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전 증권사 CEO를 소집한 자리에서 “랩·신탁 불건전 영업 관행은 증권사 CEO 책임의 영역”이라고 발언하면서 업계 내부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이어 불거진 증권업계 악재들이 결국 CEO들에 대한 책임론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국내 주요 증권사 CEO들을 모두 ‘소집’한 장면은 최근의 업계 분위기를 잘 요약해주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CEO 간담회’ 자리에서 함 부원장은 "랩·신탁 불건전 영업 관행은 증권사 CEO 책임의 영역"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당국 고위 관계자가 CEO들을 직접적으로 저격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때였다면 이른바 ‘관치’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졌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업계 내부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
|
|
▲ 채권형 랩·신탁 영업관행, 선행매매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된 증권업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채권형 랩·신탁 검사는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에서 시작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등까지 확장된 상황에서 이미 금감원은 ‘검사대상 추가’를 예고했다.
스스로 작성한 증권사 리포트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혐의로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된 사실도 업계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이밖에도 선행매매 의혹이 불거진 슈퍼개미 유튜버와의 관련성이 드러난 일선 증권사 직원, 불법 리딩방 운영 혐의를 받는 간부급 직원의 사례 등이 연이어 튀어나오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2019~2020년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 당시에도 도덕적 해이 논란이 똑같이 불거졌던 바, 결국 KB‧대신‧신한‧NH 등 전·현직 증권사 CEO들이 무더기로 금감원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제재의 수준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개별 직원의 불완전 판매사항까지 어떻게 CEO가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나오지만, 이번 사태가 금융권은 물론 여론에까지 큰 파문을 남긴 만큼 제재의 수위 또한 결국 가벼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다.
한편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간담회 현장에서 "자본시장의 사건·사고는 소위 금융 선진국에서도 계속 발생하는 만큼 이를 완벽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앞으로 내부통제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업계 관행에 대해서도 스스로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는 말로 업계 입장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