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5일동안 3차례 담화를 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여정은 먼저 10일 미국 전략정찰기가 자신들의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반발하면서 남한에 대해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해 싸잡아 비난했다. 바로 다음 날인 11일에도 같은 문제로 미국에 경고하면서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라”고 했다. 이후 김여정은 14일 또 담화를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한 것을 비난했다.
김여정은 10~11일 담화에서 ‘위임’을 받았다고 밝혀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발언하면서 대한민국 호칭을 사용했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에 대해 공식적으로 ‘남조선’이라고 표현해왔으므로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대한민국’ 호칭은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본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북한이 ‘투 코리아’ 노선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닌지 주목된다.
북한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신청을 거부할 때에도 대남 대화기구 대신 외무성이 나서서 담화를 내고 ‘입경’ 대신 ‘입국’이란 표현을 썼다. 북한 외무성은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했다.
북한이 ‘투 코리아’ 전략을 사용한다면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남북을 각각 별도의 국가로 바라보며 공존을 꾀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에 맞춰 앞으로 달라질 여러 정책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ICBM 발사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조선’ 호칭을 다시 썼다. 김 위원장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역도들이 반공화국 적대시정책의 패배를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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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 지도로 북한이 13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싸일(ICBM) ‘화성포-18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었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함께하고 있다. 2023.4.1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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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백두혈통’ 남매가 비슷한 시점에 ‘대한민국’과 ‘남조선’을 번갈아 사용한 것이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만약 ‘투 코리아’ 노선 방침이라면 아직 혼용기라는 관측과 함께 대내용과 대외용을 구분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지만, 김여정 부부장이나 외무성 담화는 주민들이 접할 수 없는 철저한 대외용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김여정이 최근에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써서 이것이 2개 국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 생각을 하는데 조금 더 볼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으로 답했다.
그는 “얼마 전 현정은 회장이 방북 신청했을 외무성 이름으로 (입경이 아닌) ‘입국을 거부한다’며 ‘입국’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주목해보긴 봐야겠다”면서도 “북한이 창의적으로 말을 만들어내는데 굳이 그렇게(대한민국이라고) 한 이유가 뭔지 지속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이 도중에 결렬돼 ‘노딜’로 끝난 이후 당시 공식 대남기구의 수장이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해임하고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및 대미 문제를 총괄해왔다. 지난해 6월부터 통전부장을 리선권이 맡아왔지만 사실상 중요한 시기마다 김여정이 ‘위임’을 받아 담화를 냈으며, 직후 군사도발 등 행동이 뒤따랐다.
최근 김영철 전 통전부장이 다시 노동당 정치국으로 복귀해 통전부 고문직에 앉은 상황에서도 김여정이 여전히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김여정이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경우 ‘단순 실수’나 ‘김정적 표현’이 아니라 북한의 ‘투 코리아’ 정책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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