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수출 주요 품목 저점 찍었으나 완전한 회복세 아냐"
'中 리오프닝 효과 미미' 대외 변수 복합작용…하반기 지켜봐야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제조업이 미중 무역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 영향으로 부진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등이 겹치면서 IMF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아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 불경기를 해소하고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하루 빨리 되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 경기가 저점을 찍었지만 완전히 회복되려면 최소 내년이 돼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불황이 경제 전반의 경기 둔화를 이끌고 있다고 판단하고, 수출 중심 제조업 경기 회복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제조업 시황은 지난 1분기 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BSI 지수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 분기 대비 개선, 반대로 0에 근접하면 악화을 의미한다. 

2분기 제조업 시황 BSI는 1분기(77)보다 오른 86을 기록했다.  매출 BSI도 같은 기간 75에서 87로 상승했다. 하지만 기준점인 100을 한참 밑돌면서 불경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제조업 부진 완화...회복은 내년부터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진은 다소 완화됐다.

KDI는 "반도체는 3월 이후 생산 감소 폭이 지속해서 축소하는 가운데 수출 물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아울러 자동차의 높은 생산 증가세가 이어지고 화학제품과 전자부품의 부진도 완화했다"고 했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 3월에 0.7%, 4월에 1.3% 감소했다가 5월에 8.1% 반등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0% 감소하며 전월(-15.2%)보다 개선됐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58.3%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함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9%에서 72.9%로 소폭 상승했고, 재고율도 130.1%에서 123.3%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을 계기로 제조업이 확연한 회복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은 아니다. 

조사에 참여한 제조업체들은 시황 악화 요인(복수 응답 가능)으로 고물가에 따른 비용 부담 가중(6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고금리 부작용(48%), 대외 불확실성(28%) 등이 제시됐다. 

응답 업체들은 대체로 제조업 투자 및 수출 회복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투자 확대 예상 시점으로는 2024년 상반기 이후부터(26%)라는 응답이 많았으며, 수출 회복 예상 시점은 내년 상·하반기 응답이 전체의 54%였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4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출 부진 일부 완화, 완만한 내수·경제심리 개선세, 견조한 고용 등으로 하방위험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제조업 경기가 저점을 찍었지만 확실한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주요 원인은 주로 대외 여건 악화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동향 7월호'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 불확실성 크지만 반등은 확실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경기 반등의 선행 조건으로 금리 인하가 꼽히는데 기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번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자 선을 그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도 오는 25~26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할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연내 추가로 또 한 번의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경기 둔화가 완화됐음에도 반등 시기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이 총재는 경기 전망에 대해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지만 중국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더 내려갈 데가 없다.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에 따라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리오프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경쟁도 심화됐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가격 급등 등 대외 경기 변수가 복합적으로 제조업 수요 및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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