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제조업이 미중 무역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 영향으로 부진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등이 겹치면서 IMF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아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 불경기를 해소하고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하루 빨리 되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제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인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과 달리 자동차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해 눈길을 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자동차(부품 포함)의 수출은 크게 늘어난 반면,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수출은 회복되지 못한 채 부진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수출액 기준 반도체와 자동차의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반도체는 지난 1989~2007년, 2013~2022년까지 단일 품목으로 우리나라 수출 1위 상품이었지만 올해 1~6월 수출액에서는 자동차 품목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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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57억 달러(약 45조3247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6% 늘었다. 이는 직전 최고치인 2014년 상반기 수출액(252억 달러)을 100억 달러 이상 넘은 수치로, 역대 최고에 해당한다.
자동차와 부품 합산 수출액은 473억 달러(약 60조426억 원)로 집계됐다.
권역별 자동차 수출액을 살펴보면 북미에 30억9500만 달러치를 수출해 전년 동월 대비 63.4% 성장했다.
유럽연합(EU)에는 10억18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년 대비 95.4% 폭증했으며, 기타 유럽 지역도 4억29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 79.5% 성장했다.
이밖에 아시아 5억8100만 달러, 중동 4억4400만 달러, 중남미 2억6100만 달러, 오세아니아 3억5800만 달러, 아프리카 3900만 달러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모두 성장을 보였다.
이처럼 자동차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주요인으로는 차량 가격이 비싼 친환경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판매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친환경차 수출액은 이 기간 동안 124억 달러(약 15조740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0.4% 증가했다. 이 기간 친환경차 38만5000대가 수출되면서 전체 수출 차량의 25%가 친환경차였다.
특히 이 중 전기차 수출이 18만2200여 대로, 친환경차 수출의 절반가량(47.4%)을 차지했다.
전기차 수출이 늘면서 배터리 수출도 늘었다.
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리튬이온축전지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 금액은 38억628만 달러(약 4조8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전기차 비중이 점차 늘고 있어 해외 공장 가동과 함께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주잔고는 1000조 원에 가까웠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기준 수주잔고는 385조 원이었고, 삼성SDI는 140조 원, SK온은 290조 원을 돌파했다.
△ 반도체 시황 바닥...하반기부터 반등 기대
반면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43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7.4% 감소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이 지속되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세다. 메모리의 재고 누적, 단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이 기간 동안 36.8%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진 장기화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축소와 중국 리오프닝 효과 미미, 수요 정체 현상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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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는 840억 4100만 달러(약 109조 원)에 머물 전망이다. 2016년 767억 6700만 달러(약 100조 원)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에 못미쳤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방역 조치를 해제했지만 중국 내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곧바로 살아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10달 만에 기준금리를 0.1%p 인하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수요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요 증가가 정체하는 상황에서 TSMC 등 해외 경쟁자들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8.5%에서 60.1%로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5.8%에서 12.4%로 하락했다. 여기에 인텔도 파운드리 경쟁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예전처럼 커지지 않는데 기존 업체들에 신규 업체들의 가세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대조적인 수출 양상에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두 품목의 비중도 변하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19.7%에서 올해 14%로 비중이 축소됐지만 자동차는 10%에서 15%로 크게 상승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전보다 60% 급락한 수준이지만 재고가 빠르게 줄면서 감산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4분기부터 챗GPT 등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도 친환경차 판매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여 두 수출 품목의 판세는 연말까지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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