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윤리위, 홍준표 징계 직권개시건 상정…20일 징계 건 결정
당 일각, 2006년 '제명'당한 홍문종 언급하며 중징계 가능성 언급
홍준표, 19일 기자회견..."부적절 지적 겸허히 받아들인다" 사과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집중 호우가 계속되던 지난 주말 골프를 쳐 구설에 오른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결국 당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 심판대에 올랐다. 지방자체단체장이 윤리위원회에 회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내에서는 '제명' 수준의 중징계가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온다.

앞서 홍 시장은 전국이 폭우로 물난리가 났던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부적절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심지어 홍 시장이 골프장을 방문한 이날 1000여명의 대구시 공무원들은 폭우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대구는 다행히 수해 피해가 없어 비교적 자유스럽게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라며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고 반박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데 대해선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라고 지도부를 향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7.17./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 윤리위는 18일 공지를 통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수해 시 골프 논란 관련 징계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우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홍 시장이 골프를 친 행위가 당 윤리강령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리강령 시행규칙 22조 2항에는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해당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나 대형 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내에서도 홍 시장의 행동과 이후 대응에 대해 '부절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8일 열린 최고위에서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안철수 의원도 "국민정서와는 안 맞는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앞서 지난 2006년 홍문종 전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수해 골프’ 파문으로 제명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홍 시장에 대해 '제명' 등의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네 단계로 나뉜다.

이와 관련해 김병민 최고위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윤리위의 판단은 완전히 독자적인 결정이기 때문에 제가 징계 수위를 먼저 예단해서 이야기하는 건 성급할 것 같다"면서도 홍 전 위원장 사례를 언급, "정치권에서 수해과정에 골프를 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일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중징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5.18·전광훈 망언' 등으로 윤리위 징계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홍 전 위원장 사례를 들어 "윤리위가 어떤 징계를 내릴지는 전혀 모르겠다"면서도 "이번은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고, 또 지금 홍준표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반응이 당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라고 중징계를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홍 시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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