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 병사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지 이틀이 지난 20일 현재에도 북한이 침묵하고 있다. 해당 병사 트래비스 킹은 육군 이등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미 정부와 군당국이 북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킹 이병은 국내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돼 47일간 군사 구금 상태에 있었고,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공항을 떠나 판문점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견학 때 킹과 동행했다는 한 목격자는 그가 “견학 도중 ‘하하하’ 하고 크게 웃더니 건물 사이로 빠르게 뛰어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국측은 킹 이병의 소재와 월북 경위 등 진상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메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어제 국방부가 북한 인민군 카운터파트에 연락을 취했지만 북한이 아직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 등 모두가 킹 이병의 안위와 소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국방부가 어제 가까운 친족에게 연락했고, 이후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며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모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엔 미국 공관이 없으므로 미 정부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을 통해 킹 이병과 관련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엔사와 우리 군당국도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은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목격자들은 킹 이병이 JSA 내 북한시설인 판문각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정문이 잠겨있자 판문각 건물 뒤쪽으로 달려갔고, 그곳에 세워져 있던 북한군 승합차에 올라타서 어딘가로 떠났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킹 이병의 인적정보를 최대한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
▲ 판문점./사진=미디어펜 DB |
과거 찰스 젠킨스 병장 등 1960년대 월북한 주한미군은 4명가량 있었고, 1982년 조지프 화이트 일병의 월북 이후 주한미군의 월북은 이번에 처음 발생했다. 특히 이번처럼 판문점 관광 중에 JSA를 통해 월북한 경우는 없었다. 다만 1990년대 초반 JSA에서 근무하던 우리군인이 월북한 경우는 있었다고 한다.
킹 이병의 월북 직후 북한이 미국측의 접촉에 답하지 않은 만큼 그의 조기 송환이 어려워지고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에서 킹 이병이 협상카드나 선전 목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킹이 병사이므로 최고수준의 군사정보에 접근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군부대 배치나 병력수 등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킹 이병은 북한 입장에서 최고의 협상카드이며 선전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한미군의 월북 사건은 42년만에 미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던 날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가 대북 압박에 주력하는 시기에 이번 사건이 벌어진 만큼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건을 단기적으론 선전에 활용하고, 중기적으론 협상용으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과거 젠킨스 사례로 갈지, 미국의 고위급 특사파견과 동행 귀국으로 대화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지 속단은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앙 교수는 “현재 북미 간 대립·대결 상황으로 볼 때 의미 있는 접촉과 성과 도출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미 간 접촉은 한미 간 대북확장억제 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중재 요청을 한다면 미중갈등 봉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