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9900만주 매각…"잔여분, 상환권 행사따라 주식전환 결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적 원양선사 HMM의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권 공동매각 의사를 본격적으로 내비쳤다. 지난 4월부터 HMM 매각을 위한 자문단(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을 꾸려 매각타당성을 검토했던 채권단은 연내 선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소 5조원, 최대 10조원까지 시장에서 책정하는 몸값이 제각각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잔여 영구채 문제, 불안정한 해운업황 등을 매각 걸림돌로 보고 있다. 최근 SM그룹이 인수 의향을 밝힌 가운데, 지난 2016년부터 채권단으로 활동한 산은이 7년만에 관계를 청산할 지 주목되고 있다.

   
▲ 국적 원양선사 HMM의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권 공동매각 의사를 본격적으로 내비쳤다./사진=HMM 제공
 

21일 나라장터 및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20일 나라장터에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나섰다. 매각 지분은 현재 두 기관이 보유한 영구채(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포함해 총 3억 9879만 156주로 잠재발행주식총수 10억 2503만 9496주의 약 38.9%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채권단이 보유한 HMM 보통주(구주) 1억 9879만 156주와 영구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얻게 되는 2억주(제192회 CB 전환권, 제193회 BW의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를 합산한 규모다. 

매각하는 영구채는 총 2조 6800억원 중 1조원(CB 액면총액 4000억원, BW 6000억원)으로, 나머지 잔액 1조 6800억원은 HMM의 조기상환권 청구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주식 전환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분 매각방식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며,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체결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예비입찰은 다음달 21일 오후 5시까지다. 

그동안 HMM 매각은 영구채 물량 처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산은과 해진공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2조 6800억원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에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은 각각 20.69%, 19.96%로 총 40.38%에 달한다. 

문제는 영구채의 주식전환 여부다. 산은은 영구채 물량을 HMM의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행사 이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보유 영구채를 주당 5000원에 교환할 수 있는 셈인데, 주당 2만원을 오르내리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수익이 상당하다. 이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아 기대수익을 포기하면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동안 채권단의 논리였다. 

반면 영구채 물량 전량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합산 지분율은 약 74%까지 치솟아 매각이 어렵게 된다.

이 점들을 고려해 강석훈 산은 회장도 구주 외 영구채 물량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시현하는 한편, 주가 희석으로 잠재 인수자의 부담도 덜어주는 쪽으로 구상한 모습이다. 

채권단이 밝힌 1조원 규모의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 발행 주식 수는 기존 4억 8903만주에서 6억 8903만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산은 지분은 1억 119만주(20.69%)에서 2억 119만주(29.20%)로, 해진공 지분율은 19.96%에서 28.68%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채권단 합산 지분율은 약 57.88%로 치솟는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HMM의 매각대금이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으로선 배임 이슈를 최소화하면서 이익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배임이라는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매각하는 1조원의 영구채는 HMM이 오는 10월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김경배 HMM 대표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영구채 조기상환 의지를 분명히 했던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옛 한진해운 사태도 그렇고 채권단이 해운업을 재건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이자장사에 열중하고 있다"며 "국책은행이 당시 HMM 신용등급이 나쁘다는 이유로 시중금리보다 3~4%포인트 높은 이자를 책정해 그동안 고리 장사로 재미를 봤는데, 이번 결정이 국가 해운업의 미래를 위한 결정인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바닥행보를 보이는 해운시황도 매각 걸림돌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일 기준 전주 대비 21.9p 하락한 931.7p를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 1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약 82% 급락했다. 

해운업의 특성상 선사는 엄청난 자본을 들여 투자를 해야 하는 반면, 사이클 특성상 돈을 벌 수 있는 호황기는 일시적이다. 세계 7위의 글로벌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HMM이 채권단 아래 현재까지 7년간 관리를 받게 된 것도 오랜 불황을 이겨내지 못해서다. 

그럼에도 인수후보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강 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취임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 중"이라며 "매각작업이 차질 없이 수행되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후보군으로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LX판토스 △포스코그룹 △SM상선 △삼성SDS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글로비스와 포스코 측은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CJ대한통운과 SM상선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2자 물류기업'으로 통용되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로 오래전부터 해운업계와 물류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는 만큼, 향후 갈등 소지가 크다. 

이 와중에 SM상선이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HMM 매각 공고가 나오면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발언했다. 인수자금으로 최대 4조 5000억원을 동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SM그룹의 해운업 역사가 짧고, 정부에서도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SM그룹은 대마불사라고 우리나라에 하나 뿐인 원양선사가 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생존본능에 따라 인수의 뜻을 밝힌 것 같다"면서도 "해운이라는 게 한 번 적자나면 큰 재벌(한진으로 추정)도 쓰러지는데 해운업력이 짧은 SM그룹이 적합한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각가를 3~4조원으로 낮춰준다면 유력 후보군들도 눈여겨보겠지만, SM그룹 이상의 금액을 제시할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산은 관계자는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 하에 처리할 예정"이라며 "HMM의 국가경제적 중요성을 감안, HMM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능력있는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매각하여 급변하는 해운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HMM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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