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등도 증가세…건전성 우려 커져
저축은행, 리스크 관리 차원 보수적 운영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카드·캐피탈업계로 몰리고 있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8752억원) 대비 약 150%, 1분기(1조6386억원) 대비 약 34% 늘어난 규모다.

   
▲ 사진=미디어펜


중금리 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 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카드·캐피탈사의 중금리 신용대출은 지난해 1분기 2조1100억원, 2분기 3조6549억원, 3분기 2조8661억원 등 2조~3조원대에 이르다가 지난해 4분기 8752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대출금리가 급등한 영향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들어 대출금리가 다소 안정되면서 2분기 중금리 대출 규모가 2조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카드사 7곳의 6월 말 기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도 34조8326억원으로 지난해 말(33조6404억원), 3월 말(34조1130억원)에 이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도 6월 말 기준 6조3278억원으로 6조179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3월 말보다 1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잔액도 7조26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 대금 중 일부만 납부한 뒤 잔여 대금과 이자는 연체 없이 다음달로 이월하는 서비스다. 리볼빙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카드 대금을 상환할 여력이 부족해진 차주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카드사별 연체율은 신한카드 1.37%, 삼성카드 1.10%, KB국민카드 1.19%, 롯데카드 1.49%, 우리카드 1.35%, 하나카드 1.14% 등으로 대부분 1%를 넘겼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했다기보다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성 유지가 중요한 만큼 연체율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캐피탈사와는 반대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은 지난해 4분기 이후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조6752억원으로 1분기(1조6685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 2분기(3조3733억원)와 비교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을 보다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가 대상인 만큼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3.1%에서 지난해 2.6%로 소폭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6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리스크가 높아 법정최고금리인 20%에 가깝게 대출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손실을 보면서까지 대출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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