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유례를 찾기 힘든 양극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넓게 봤을 때 2차전지 테마와 무관한 거의 모든 종목들이 처참한 하락세를 감당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수가 전반적인 조정을 받을 경우 대규모 반대매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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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유례를 찾기 힘든 양극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차전지 테마와 무관한 거의 모든 종목들이 처참한 하락세를 감당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가 기묘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차전지 섹터와 연관돼 있는 소수 종목군들에 의해 지수가 이른바 ‘하드캐리’되고 있으나, 나머지 종목들의 흐름은 처참하다. 쉽게 말해 2차전지를 제외한 모든 테마가 급락하고 있다. 그 급락세를 2차전지 테마가 모조리 빨아 당기는 흐름이 고착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종목들의 면면을 보면 이 현황이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지난 25일 국내 증시에서 10% 넘게 상승한 종목들은 26개인데, 이 중에서 2차전지 섹터에 속한 종목은 10개나 된다. 여기에 2차전지 테마와 관계성을 맺으며 실적 모멘텀으로 급등한 LS그룹 관련주를 더한다면 숫자는 18개로 올라간다. 사실상 2차전지의 독무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포스코 그룹주(코스피)와 에코프로 계열사(코스닥)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모두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최근의 주가 흐름은 여느 테마주, 심지어 코인 못지않게 가볍다. 이로 인해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흐름이 커버되면서 겉으로만 보기에는 국내 증시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일종의 ‘분식’ 효과가 나고 있다.
지난 25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08% 상승한 939.96으로 거래를 마쳤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코스닥 시총 1‧2위인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가 각각 14.22·11.37% 급등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을 합하면 물경 80조원에 달하는 두 종목이 각각 10% 넘게 급등했는데도 지수가 1% 상승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하위권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5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승한 종목은 262개(상한가 1개 포함)에 불과했지만 하락한 종목은 무려 1289개(하한가 2개 포함)에 달했다. 코스피도 상황은 비슷해서 전체 지수는 강보합세(+0.30%)를 나타냈지만 상승종목은 244개에 그쳤고 하락종목은 654개나 됐다. 포스코‧LS 그룹주들이 홀로 지수 전체를 견인했을 뿐 나머지 종목들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증시는 최근의 견조한 상승세가 무색한 이슈에 봉착해 있다. 반대매매다. 통상 반대매매는 작년 하반기 같은 하락장에서 문제가 되기 마련이나, 올해는 지수 흐름과 무관하게 곳곳에서 반대매매 위험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에코프로‧포스코‧LS 그룹 등에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현재의 국내 증시가 작년의 하락장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미도 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5310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초 위탁매매 미수금 1930억원과 비교하면 약 2.75배 늘어난 수준이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개인투자자의 주식 결제대금이 부족할 경우 증권사가 결제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것을 지칭한다. 해석하자면, 최근 일부 종목들의 급등세에 동참하기 위해 많은 투자자들이 미수거래에 나섰다는 뜻이 된다.
미수거래의 증가는 자연히 반대매매 리스크로 연결된다. 반대매매란 고객이 빌린 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매매를 뜻한다. 주식시장 개장 전 8시40분 무렵부터 ‘하한가’로 들어가 있는 대량 주문은 반대매매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이미 지난 3일과 4일에도 각각 929억원‧977억원의 반대매매가 일어나며 휘청거린 적이 있어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오래 주식투자를 한 입장에서도 최근 같은 양극화 장세는 결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라면서 “지수만 봤을 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에 심각성이 감춰져 있는 장세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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