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신혼부부입니다. 힘들게 청약을 받아 입주했는데 철근이 빠진 부실 아파트라니 허탈하네요.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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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당수A3 단지 입구에 이삿짐 차량이 세워져 있다./사진=서동영 기자 |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1일 찾은 수원당수 A3블록. 이곳은 지난 5월 31일부터 신혼부부 400가구가 입주를 시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다. 이날도 이삿집 차량이 단지 안에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날 자신의 신혼집 주차장이 철근이 빠진 채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는 LH가 발주한 임대 및 분양 단지 중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9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5곳에서 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5개 단지 중 주민이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완료한 단지는 수원당수 A3블록 포함 총 8곳이었다. 수원당수 A3블록은 국토부 조사 결과 전체 325개 기둥 중 9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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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당수 A3블록 신혼희망타운 아파트./사진=서동영 기자 |
수원당수 A3블록 주민들은 신혼 생활을 즐기고 아이를 키워야 할 소중한 보금자리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택시를 기다리던 여성은 "어제 철근 누락 소식을 들었다. 아무래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6월 초 이사왔다는 한 남성은 "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로 왔다. 앞으로 몇년 간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것도 어렵고 갈 곳도 없다. 그렇다고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하나 고민스럽다"며 허탈해했다. 이어 "인천 검단 B아파트처럼 여기도 주차장이 무너질까 두렵다. 아니 아파트 전체를 제대로 지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LH와 시공사는 입주일 이전에 보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LH와 시공사가 국토부 발표 직전까지 철근 누락 사실을 함구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한 주민은 "입주 전에 발견해 보완까지 했는데도 그동안 우리한테는 말 한마디 없었다. 보강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로 안전한 지 신뢰할 수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기둥과 천장 슬래브가 맞닿는 곳을 보강하는 슬래브보완을 완료한 만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만 주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 이달 중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때 철근누락 및 슬래브보완 사실을 알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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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당수 A3블록 단지 내 지하주차장. 국토교통부는 주차장 기둥 일부가 철근이 빠진 채 시공됐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사진=서동영 기자 |
그럼에도 불안감은 주변 LH 단지에도 퍼지고 있다. 수원당수 A3블록 가까이 위치한 라포리엘 4단지(수원당수A4) 한 입주민은 "다행히 우리 아파트는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에 포함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15개 단지를 시공한 건설사 중 상당수가 부실시공 건설사로 낙인찍힐까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 중 4곳만이 건설사 책임이었을 뿐 나머지는 발주처의 설계가 문제였다.
더불어 국토부는 수원당수 A3블록의 철근 누락 원인으로 설계상의 이유(구조계산 미반영)라고 적시했다. 시공 과정 상의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해당 단지는 종합심사제 공사로 지어진 아파트다. 건설사는 이미 만들어진 도면을 보고 시공만 할 수 있다. 인천 검단 B아파트처럼 건설사가 시공 뿐만 아니라 설계부터 관여하는 시공형책임형 공사와는 다르다. 때문에 건설사로서는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검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종합심사제에서는 건설사들이 설계에 대해 관여할 권한도 없고 여지도 없다. 이런데도 건설사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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