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캐나다에서 한달여간 진화 작업을 하고 귀국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원(KDRT)들은 3일 외교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땅속 깊이 숨어 있는 발화점을 찾아서 제거해야 했고, 지표 위로 드러난 뿌리가 타버린 나무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험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파견돼 이달 2일 귀국한 KDRT 대원들은 총 152명으로 외교부 소속 6명, 산림청 소속 70명, 소방청 소속 70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 3명,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인력 3명으로 구성됐다.
대원들은 퀘벡주의 르벨 슈흐 께비용(Lebel-sur-Quevillon) 지역에서 주말없이 진화작업에 매달려왔다. 대원들이 맞닥뜨린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와 환경이 전혀 다른 숲의 특성이었다. 두꺼운 이끼층과 낙엽층 아래 불씨가 흙을 타고 이동해 완벽한 진화가 안 되면 언제든 재발화하는 상황이었다.
또 지표면으로 뻗은 뿌리가 타버리면 거대한 나무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숲의 규모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서 작업지로 이동하는 데에만 비포장 도로를 한시간 반씩 달려야 했다.
진화 작업도 힘들었지만 퀘벡주에 서식하는 일명 ‘흡혈파리’라고 불리는 흑파리(Black Fly)로 인해 겪는 고통도 컸다고 한다. 흑파리에 물리면 얼굴이 퉁퉁 붓고 진물이 나는 증상이 많고, 심할 경우 쇼크가 올 수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얼굴에 그물망을 쓰고 작업을 하지만 그물망을 뚫고 들어오는 흑파리 등 벌레물림이 진료의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
|
|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오타와 공항에서 한국으로의 출발을 앞둔 우리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을 환송하고 있다. 2023.8.2./사진=외교부
|
하지만 대원들은 미국과 한팀을 이뤄 새로운 작업 방식을 경험한 것이 특별했다고 소개했다. 선진적인 재난대응 매뉴얼로 꼽히는 미국의 사고지휘시스템(ICS)의 지휘 통제를 받고, 우리나라 대원들이 중요 구성원으로 협력해 진화작업을 했으며, 캐나다는 현장 대응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발을 기다리던 우리 공군 수송기 안을 깜짝 방문해 환송한 일도 있었다. 그는 “지난 몇주간 가족과 떨어져 우리 지역사회와 국민을 돕기 위해 지구 반대편 이곳에 있어준 데 대해 정말 고맙다.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기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권기환 구호대장(외교부 본부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좀처럼 꺼지지 않는 불과 늪지대, 그리고 해충이 득실거리는 어려운 작업환경이었지만 우리 구호대는 한 달여간 미국, 캐나다 구호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면서 산불 진화율 94%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권 대장은 이어 “퀘벡주 산불 당국은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 준 우리 구호대 활동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앞서 권 대장은 2일 서울공항으로 복귀했을 당시 “우리 구호대가 트뤼도 총리와 캐나다 국민들의 성원 속에 무사히 진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한미동맹 70주년, 한캐수교 60주년에 한-미-캐 3국이 협력할 수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