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권의 횡령사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가운데, 피해금액 환수율이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의 전체 피해액이 80%를 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횡령을 저지른 임직원 수는 202명을 기록했다. 횡령액수만 약 1816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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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경남은행의 한 직원이 수년간 사문서 위·변조 등의 불법적 방법으로 56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경탁 경남은행장이 이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표명했다./사진=경남은행 제공 |
연도별로 2017년 45명(90억원), 2018년 37명(57억원), 2019년 27명(85억원), 2020년 31명(21억원), 2021년 20명(156억원), 2022년 30명(82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는 7개월여만에 12명(581억원)을 기록했다.
업권별 횡령한 임직원 규모를 살펴보면, 은행이 113명(56.0%)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보험 59명(29.2%), 증권 15명(7.4%), 저축은행 11명(5.5%), 카드 4명(2.0%) 순이다.
횡령 규모도 은행이 전체 업권을 압도했다. 은행권의 횡령액수는 약 1510억원으로 전체의 83.1%에 달했다. 이어 저축은행 약 169억원(9.3%), 증권 약 87억원(4.8%), 보험 약 47억원(2.6%), 카드 약 3억원(0.2%) 순이었다.
특히 저축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횡령은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42건 중 은행권이 36건에 달한다. 횡령액수도 전체 1408억원 중 99.4% 수준인 1399억원에 이른다.
은행 중 횡령 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21명을 기록했다. 이어 NH농협은행 17명, 신한은행 14명, IBK기업은행 13명, 우리은행 12명 순이었다. 또 횡령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으로 7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사태가 반영된 탓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고를 비롯 매년 규모가 작은 횡령사고가 빈번했던 점을 들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또 TF를 통해 지난 6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남은행의 562억원 대규모 횡령사태가 불거지며 TF에서 마련한 내부통제안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은행도 횡령을 저지른 해당 직원이 투자금융부서 부장으로 일하면서 7년간 562억원을 빼돌렸는데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횡령사고 적발 후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약 1816억원의 횡령액 중 환수금은 약 225억원으로 환수율은 12.4%에 불과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1510억원 중 115억원을 되돌려받는 데 그쳐 환수율이 7.6%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의 경우 해당 피의자로부터 0.7% 수준인 5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횡령 사건과 관련 "횡령인 고발 및 발견재산 가압류 조치 등을 했다"면서도 "기타자산에 포함된 관련 금액은 633억 5400만원으로 회수가능여부가 불확실해 전액 손실처리했다"고 공시했다.
강 의원은 "1년 동안 금융 당국이 연달아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발표하였음에도 오히려 횡령사고가 더 증가했다는 것은 대책들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업권의 횡령을 이대로 내부통제 문제로만 인식한 채 셀프 준법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한다면 횡령은 만연할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철저한 관리·감독과 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번 경남은행 사태와 관련해 철저하고 엄중한 대응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이날 본원 임원회의에서 "사고 예방을 위해 은행권과 함께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잘 정착돼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하라"며 "사고 원인 및 금융회사 내부통제 실태를 철저히 분석·점검해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보완·지도하라"고 지시했다.
또 "금융회사의 자체점검 내역 중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금감원 차원에서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회사도 신뢰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나갈 수 없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하고 경영진이 적극 나서서 준법경영 문화를 확고히 정착시키는데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고도화된 내부통제안도 개인의 일탈을 막을 순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 제재 및 CEO 책임론 등이 궁극적으로 횡령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PF대출은 일반 가계 신용대출이나 기업대출과 달리 건당 대출규모도 천문학적인 데다, 담보물도 없이 사업성을 예측해 자금을 지원하는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스크가 다분한 사업에 직원을 단기 순환보직으로 돌린다면 전문성도 떨어지게 되고 은행으로서도 자금 집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제 아무리 우수한 내부통제체제를 만든다 하더라도 개인이 마음먹고 범행한다면 막아낼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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