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탄생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북한의 핵위협뿐 아니라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관련해 3국간 안보협력을 제도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대통령의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군사위기가 닥쳤을 때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하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별도로 채택했다. 특히 3국 정상회의를 연례화하기로 하면서 이 협의체는 쿼드(QUAD: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안보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동맹)보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핵심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3국간 방위 협업을 인·태지역까지 갈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여기엔 연례 방위 영역 군사연습이 포함되고, 3국간 방위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이제 어떠한 국가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 이것에 대해 즉각 협의하기로 공약했다. 핫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 대책을 조율함으로써 역내외 어떤 위기가 있을 때 그것을 적극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집단안보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벌써부터 중국에선 ‘동아시아판 나토’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이제 중국은 (미국이) 필리핀 같은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면서 동맹 관계를 확대할 조짐들을 주시할 것”이라며 “그것은 ‘인도·태평양판 나토’가 될 것이기에 중국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뤼차오는 18일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신냉전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동아시아판 나토’까진 갈 길이 멀지만 실제로 아시아 내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한미일 3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아시아에서 지역안보체계 창설을 향한 움직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장차 나토와 같은 지역안보기구로 발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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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8.19./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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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일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의무’가 아닌 ‘약속’ 수준인데다 특히 한일관계가 동맹이 아니므로 아시아판 나토를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동맹 체제인 나토는 어느 한 나라가 공격당하면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도와주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물론 일본도 양국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까지 올리는데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3자 안보동맹체를 만들고 싶어했고, 따라서 백악관이 사전 브리핑에서 ‘의무’를 언급하기도 했으나 이에 대해 일본이 반대했다는 외교소식통의 전언도 나온다.
일본의 아사이신문은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한국과 일본은 조약으로 뒷받침되는 ‘동맹 관계’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확장억제, 군사정보 공유, 중국에 대한 태도 등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도 “한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중국을 자극하는 것에도 신중하다”며 “동맹 관계가 아닌 한국과 일본이 어느 수준까지 군사협력과 정보공유를 할 수 있을지 등 조정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미일의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을 기대할 수 있으며, 오히려 ‘캠프 데이비드 정신’으로 명명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경제안보와 기술 분야 협력’ 성과에 주목하고, 제도화의 약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 3자 협력이 임시방편의 수준에서 벗어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일본과 함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 타결에서의 3국 공조, 국제표준 협력 강화 등에서 룰세터의 지위를 확보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 군사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안보 분야에서 첨단기술 공급망, 기술안보 및 표준, 에너지안보, 핵심광물, 인공지능, 금융 협력 등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여서 실제로 쿼드나 오커스를 능가하는 핵심 협의체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는 한국에서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SNS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함께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다음 3국 정상회의를 주최하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밝혀 후속조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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