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전국적으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를 시행한 가운데, 정작 정부세종청사 내 미화원이 휴식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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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미화원 대기실 내부. 환기설비나 냉난방시설이 전혀 없다./사진=유태경 기자 |
22일 미디어펜 취재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 곳곳에 위치한 미화원 대기실에서는 냉난방시설이나 환기시설 등을 일절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문조차 달려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정부세종청사 미화원은 청사관리본부 소속으로, 청사관리본부의 지시를 받는다. 청사 각 동에는 대부분 층마다 '미화원 대기실'이 있는데, 미화원들은 보통 이 공간을 휴게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다. 휴게시설이 다른 건물에 있어 외부로 나가야 하는 데다 지하에 있어 이동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동시간은 법적으로 휴게시간의 20%까지 허용된다. 지하에 있는 휴게시설까지 직접 이동해 보니 휴게 1시간 기준 이동시간에 해당하는 12분에는 못 미쳤지만, 점심시간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일 때는 엘리베이터 등으로 인해 시간이 더 걸렸다.
청사 미화원들은 "거리도 멀고, 특히나 겨울은 길도 미끄러워서 다니기 너무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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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실 내 비품. 청사 내 사무실에서 버리는 것들을 가지고 온 건데, 겉으로만 봐도 연식이 오래됐다는 걸 알 수 있다./사진=유태경 기자 |
해당 이유로 미화원들이 실질적 휴게시설로 이용하는 대기실 내부를 확인해 본 결과, 시설은 열악했다. 3층 이상에 있는 대기실의 경우 창문이 있어 환기가 가능했지만, 1층 등 저층에 있는 대기실은 창문 등 환기시설뿐만 아니라 냉난방시설도 없었다. 내부에 있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정수기 등 비품은 모두 연식이 오래돼 누렇게 바래져 있었다.
청사 미화원 A 씨는 "청사에서 지급해 주는 것 외에는 쓰지 못하게 하는데 지급조차 안 해 준다. 여기 있는 비품 모두 사무실에서 쓰고 버리는 것들을 가져 온 것"이라며 "지난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온열기라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료 B 씨는 "문 닫고 선풍기만 틀고 있으면 환기가 안 돼서 속도 답답하고 머리도 아프다"며 "환기시설이 없어서 문이 있어도 꽉 닫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열어두고 지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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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실이 화장실 바로 옆에 있지만 문이 없어 현수막으로 만든 커튼과 파티션으로 가려 놨다./사진=유태경 기자 |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하면서도 문이 없는 대기실도 있었다. 해당 공간은 악취와 소음에서 무방비한 상태였고, 미화원들이 현수막으로 직접 만든 커튼으로 그나마 지나다니는 사람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었다.
미화원들에 따르면 올해 초 노조를 통해 청사관리본부에 대기실 개선 등 민원을 넣었고, 직원이 점검을 나와 대기실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반 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 시정된 부분이 없을 뿐더러 조치 방안이나 진행상황도 밝힌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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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없어 커튼으로 가린 대기실 내부. 정수기도 청사 내 사무실에서 쓰다 버린 걸 가지고 온 것이다./사진=유태경 기자 |
이에 대해 청사관리본부는 "문 설치 관련 민원 확인 결과, 담당자 인사발령으로 인해 해당 건이 누락됐다"며 "시설 파트가 별도로 있기에 문 설치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시설개선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실은 창고 개념 물품 보관함이고, 일하다가 2~3분 정도 앉아서 쉬는 곳"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휴게시설에서 분산시키기 위해 대기실을 휴게시설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 인원 분산을 위한 휴게시설로 사용한 점, 대부분의 미화원이 대기실을 휴게시설로 사용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휴게시설 구색을 갖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또한 코로나 때 휴게시설 용도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 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청사관리본부는 "사실상 휴게장소가 아닌 비닐을 접는 등 간단한 작업 공간이라 냉난방시설이나 환기시설을 별도로 갖춰 휴게공간으로 꾸미기는 과하다"고 답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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