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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 고대 그리스 투키디데스가 썼고 현실주의 국제정치 고전으로 불리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마지막으로 영국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가 쓴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이 책들은 각각의 사연이 있다. 부친이 대학 입학 선물로 준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럽 출장을 떠나며 손에 들었던 책. 마지막으로 이번에 윤 대통령이 신임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필독서다.
윤 대통령이 22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후,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균용 후보자의 필독서였다.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은 1790년 11월 나온 소책자로, 프랑스 혁명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을 가하면서 근대 보수주의 사상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제정치 이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드먼드 버크는 자신의 사상을 편지의 형태로 저술했고, 전통주의를 보수주의라는 각성되고 완전한 정치철학으로 바꾸어 놓은 걸작-버크 사상의 최고봉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 책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모두 견지하고 있다. 20세기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논거로 이 책을 활용하기도 했다.
버크가 이 편지에서 프랑스 혁명을 맹비난하면서 든 논거는 두가지다. 프랑스 혁명은 그가 옹호했던 미국 독립혁명과 달리 전통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인간 이성에 대한 맹신으로 자기확신에 젖어 모든 것을 적폐로 몰고 청산하려 한다는 자기파괴적 경향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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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균용 대전고등법원장이 14일 오전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수도권 지법·고법·지검·고검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2022.10.14 /사진=연합뉴스 |
또한 이 책에서 버크는 이성의 불완전함, 이성은 항상 의도하지 않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완벽하게 통제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이 제시하는 급진적 변화는 항상 나쁜 결말로 갈 것이라는 성찰을 내놓는다.
프랑스 혁명은 이성적인 것이라고 포장되었고, 그 추상적 토대가 인간과 사회 본질의 복잡성을 무시하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은 결국 재앙적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 예고했다. 버크의 예언대로 프랑스 혁명은 폭력과 파괴, 살육과 전쟁, 무정부 상태, 군사 독재자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국민은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프랑스 혁명을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으로만 배운다. 그 안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배우지 않는다.
하지만 버크는 공포, 폭동, 처형, 보복, 혁명, 반혁명으로 얼룩졌던 프랑스 혁명의 속내와 모순을 그대로 저술한다. 이 책에서 버크는 복잡한 본능과 감정을 가진 인간의 이성은 불완전하다고 보았고, 수천년간 쌓여온 사회-역사적 제도가 개인의 이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버크의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가급적 기존 제도와 질서를 지키고 보수하되, 부득이 바꾸어야 할 때 신중을 기해 개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본성을 지닌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자는 통찰력이다.
그래서 버크는 과거와의 단절이나 파괴가 아니라, 연속과 계승을 원칙으로 내세운다. 기계적인 평등은 자유와 평등까지 끝장내기에 경계한다. 자유와 자율, 자기 책임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러기에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기 보다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을 존중한다.
보수의 뿌리를 규정하고 바로 세운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이 책을 필독서로 꼽은 이균용 후보자의 앞날이 기대된다. '원칙주의자'라는 이 후보자가 앞으로도 사법의 공정성과 원칙, 사법신뢰를 지켜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