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침체가 국내에 미칠 영향 등 고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이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초유의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격차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데다 중국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기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국발 경기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현재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국내 물가와 경기, 환율 등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24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0%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인상하다 올해 2월 3.50%로 동결했다. 이후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속 5회 연 3.5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게 됐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한미간 금리격차를 고려할 때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왔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사이 6조원 가까이 늘며 잔액 기준 최대를 경신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68조143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 5조9553억원 늘며,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증가 폭도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6조원으로 매월 가파르게 확대됐다. 금융당국도 4월 이후 가계대출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과 관련해 당장 금융안정 등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증가세가 확대·지속될 경우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간 금리차도 부담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5.25~5.50%)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은과 정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기축 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선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수록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과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발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한국의 수출 회복에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2억1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개월째 감소세다. 이런 가운데 국가별로 대중국 수출액(-25.9%) 감소폭이 컸다.

여기다 최근 물가 오름세가 둔화된 점도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집중호우 등의 영향에도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2.3%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로 점차 둔화됐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 5월 경제전망과 같은 수치다. 다만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월 제시한 2.3%에서 0.1%포인트 내린 2.2%로 제시했다. 또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월 전망과 같은 각각 3.5%와 2.4%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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