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2조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규제를 예고하면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상품이 손질되기 전에 '대출 받자'는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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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사진=김상문 기자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2조8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 8657억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2조 210억원이 급증한 규모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일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연령제한'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한 13일 이후에만 1조 872억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대출이 막힐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서둘러 대출실행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소득에서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어 주담대의 전체 규모가 커지는 구조를 고려할 때 50년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상대로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검사'에 나선 상태로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련 규제 지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금감원은 3명의 감사인원(은행감독국 2명·은행검사국 1명)을 각 은행에 파견해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담보 가치 평가·소득 심사 등 여신심사 적정성, 가계대출 영업전략·관리체계, 고정금리·분할 상환 방식 등 질적 구조 개선 관리 현황, 가계대출 관련 IT(정보기술)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은행권은 당국이 규제카드를 제시하기 전에 이미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제한을 두는 등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2조원의 한도 소진을 이유로 상품 판매를 오는 9월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BNK경남은행은 28일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 DGB대구은행은 다음 달부터 만기를 '40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Sh수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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