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들이 여전히 보험료 카드결제를 기피하면서 소비자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 카드결제를 꺼리는 모습이다.
29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의 총 수입료 16조2344억원 중 카드결제를 이용한 수입보험료는 8223억원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생보사별로 신용카드납 지수를 살펴보면 라이나생명이 35.1%로 가장 높고 AIA생명이 21.1%로 나타났다. 동양생명은 11.5%, 신한라이프와 처브라이프생명이 각각 9.4%, 9.3%로 뒤를 이었다. 이외 대부분은 0~5%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은 신용카드를 통한 납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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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
자동차보험 등 단기상품이 많은 손보업계는 상대적으로 카드결제 비중이 높았다. 전체 원수보험료 10조8603억원 중 카드결제 원수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조1627억원으로 29.1%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손보사 중에는 메리츠화재가 20.9%의 신용카드 납부 비율을 기록했으며 현대해상은 34.5%, KB손해보험 30.2%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유도하고자 보험사별 카드결제 여부를 비율로 보여주는 ‘카드납 지수’를 개발하고 2018년 4월부터 각 협회에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를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납부 비중은 여전히 미미해 소비자의 편의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 21대 국회에서도 신용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 의무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했으나 이마저도 폐기되면서 보험료 카드납부 비중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카드결제가 되어도 매월 자동 결제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험가입자는 매달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설계사에게 직접 결제를 요청해야 했다. 보험사 대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가입자들이 매달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보험가입자들은 편의점에서 1000원 이하의 물건도 카드결제가 되는데 매달 몇 만원 씩 내야하는 보험료가 카드결제가 안 되느냐며 이를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보험료 카드결제에 소극적인 데는 카드수수료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현 2%대인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이미 원가에 준하는 수준이고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양측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상품이 많다”며 “월 보험료 규모 또한 커서 보험료 납부를 카드납으로 하게 되면 카드수수료 부담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업 마진률이 5% 정도인데 이 가운데 카드수수료로 2%를 떼어가게 된다면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카드결제로 보험료를 받게 되면 사업비도 증가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고 부담은 계약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빚을 내 적금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적금이나 펀드 투자에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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