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고금리 시기에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맞서 은행연합회가 뒤늦게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지난 15년간 대출이 약 2.5배 늘었는데 순이익은 20%대 증가하는 데 그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타 주요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
|
▲ 은행권이 고금리 시기에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맞서 은행연합회가 뒤늦게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사진=김상문 기자 |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산업의 역할과 수익성'을 주제로 출입기자 브리핑을 가졌다.
전날 발표자로 나선 박창옥 은행연 상무이사는 "많은 분들이 은행 산업에 대해서 과도한 수익 추구 성향이나 수익 규모가 너무 크다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은행권도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알고 있고, 또 이런 비판적 시각을 바꾸려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은행의 수익 규모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은행도 분명히 많은 측면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중장기 추세를 주요국 수준에 비춰 객관적으로 한번 성찰해보고, 앞으로 은행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
|
|
▲ 은행권 당기순이익 및 대출채권 추이./자료=은행연합회 제공 |
실제 은행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대비 대출자산이 급증한 반면, 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은행의 대출자산은 2007년 989조원에서 지난해 2541조원으로 15년여간 약 2.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의 밑천인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96조 8000억원에서 256조 9000억원으로 2.6배 증가했다.
하지만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조 6000억원으로 24% 상승하는데 그쳤다. 수익성이 자산과 자기자본 증가에 비례하게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6년에는 순이익이 2조 4000억원에 불과한 적도 있었다.
|
|
|
▲ 은행권 ROA 및 ROE 추이./자료=은행연합회 제공 |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 주요 수익성 지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은행 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2%의 ROE와 0.4%의 ROA를 기록해 미국 등 주요국 은행들의 절반이나 그 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ROE는 미국은행보다 높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미국 은행의 ROE와 ROA는 각각 10.2% 1.5%에 달한다. 그 외 캐나다는 ROE 16.8%, ROA 1.1%, 싱가포르는 ROE 10.8%, ROA 0.9%를 각각 기록했다.
은행연은 은행권의 수익성이 증권·보험이나 타 산업과 견줘도 낮다고 평가했다. 업권별 ROE 수준을 살펴보면 은행이 5.2%에 불과한 반면, 증권업이 6.7%, 보험업이 6.8%, 비금융업이 6.2%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전자는 11.0%, 통신은 5.7%에 달한다.
은행연은 "국내은행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돼 왔다"며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한 우호적 조건의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
|
▲ (위)업종별 PER과 PBR, (아래)은행권 PER과 PBR./자료=은행연합회 제공 |
이처럼 낮은 수익성은 주식시장에서의 시장가치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은행업의 주가이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주식시장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PER과 PBR는 각각 6.75배 0.49배를 기록 중인데, 비교군 중 가장 높은 방송통신(PER 16.33배, PBR 0.95배) 대비 PER는 3분의 1 수준이고, PBR도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업계와 견줘도 경쟁력이 크게 뒤처진다. 영국계 금융전문지 더뱅커(The Banker)가 평가한 세계 50위 금융그룹에 국내 금융지주사는 한 곳도 랭크되지 못했다. 또 국내 4대 은행지주의 글로벌 순위(Tier1 자본 기준)는 지난해 73위를 기록했는데, 지난 10년을 평균으로 놓고 봐도 70위권대 수준이다.
박 상무는 "국내은행들이 자금력이 중시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대 글로벌 은행에 견줄 만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능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외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 주식, 신종자본증권 등 유가증권 발행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능력은 기업의 주식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기업의 주식가치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기반하고 있다"며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해야 자본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자본조달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