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 계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외신을 통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엔 일본 NHK가 8일 러시아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북러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며,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를 포함해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4일 미국정부의 첩보로 전한 내용을 러시아 관계자가 확인해준 셈이다.
지난 2019년 4월 이후 또다시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러 간 이미 큰 합의를 이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중국도 북러 협력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란 당초 관측과 달리 앞으로 북중러 연합훈련은 물론 북중러 정상회담까지 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전화통화에서 “과거 중국이 이런 종류의 접촉을 경계하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지지하고 환영할 수 있다”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자 정상회담과 동북아에서 한미일 간 긴밀한 관계 발전이 이뤄진 여파로 중국은 이제 힘의 균형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중러 연합훈련이 성사된다면 중국이 동북아에서 이웃국가들과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어 미국의 힘에 대응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 안보와 수출통제 분야 전문가인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대니얼 샐리스버리 연구원도 5일 VOA와 통화에서 “김정은의 방러는 양국의 군사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드론이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제공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이 북한을 훨씬 앞서지만 비축분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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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러 정상회담 후 만찬을 갖는 도중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4.25./사진=크렘링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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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방북할 차례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굳이 또다시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한미일 압박에 대항하는 ‘외교 승부수’이자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굴욕을 씻으려 한다는 미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화상 세미나를 보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터 차 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김정은에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는 너무 당혹스럽고 굴욕적이었다. 이것은(북러 정상회담) (김정은이) 하노이를 극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차 석좌는 “푸틴 입장에서도 바이든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회담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당신(바이든)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이 유럽뿐 아니라 한반도 및 아시아에서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게 되면 북한에서 9월 9일 정권수립 75주년 기념행사를 치르고 이튿날인 10일이나 11일 평양을 떠날 것으로 예측된다. 북러 정상회담 장소가 블라디보스토크라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본회의가 열리는 12일이 회담 일자로 유력하다.
지난 2019년에도 북러 정상회담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에서 열렸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이른 새벽 전용 방탄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육로로 이동했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0시간가량 소요된다.
다만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회담을 갖기 위해 만날 장소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하바롭스크주나 아무르주 등 극동 다른 지역 등이 거론된다. 국가정보원도 이 같은 예상을 하고 있으며,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이 이미 노출된 경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이용해 ‘깜짝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에선 최근 들어 루스키섬 극동연방대 주변에도 육해공의 보안조치가 강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다만 8일까지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경우 타고 올 전용열차가 지나거나 도착할 북러 접경지역 연해주 하산역을 비롯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는 아직 새로운 동향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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