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좀처럼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사는 추석 연휴 전 협상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이 제시한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고 부분 파업을 강행키로 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오는 13일과 14일 전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파업과 별도로 교섭은 계속 이어간다.
노사는 6월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21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기본급 인상 규모를 포함한 다수 현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7일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금 350%+850만 원 지급(올해 3월 이미 지급한 특별성과금 400만 원과 주식 10주는 별도) 등을 담은 2차 임금 안을 제시했다.
사측의 제시안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조합원 평균 기본급의 350%인 1270만 원에 일괄지급액 850만 원을 더하면 2120만 원이다. 지난 3월 지급된 특별성과급을 합산하면 2698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노조는 정년 연장 등 고용 보장안이 담기지 않았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노조는 사측이 오는 12일까지 제출키로 한 임금 관련 추가 제시와 함께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한 제시안을 지켜본 뒤 파업 강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만 64세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코로나19, 한일 경제 갈등을 고려해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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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사진=김연지 기자 |
기아 노조도 지난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총원 대비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투표에는 전체 노조원 2만6693명 중 2만3884명(89.5%)이 참여했다. 찬성표는 2만2035표로 참여 인원 대비 찬성률은 92.3%로 집계됐다. 노조는 오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침을 논의한다.
기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리면 앞으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주4일제 및 중식 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현실화하면 현대차·기아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2016년, 2017년 파업 사례를 참고할 때 현대차의 경우 영업이익 기준 1조 원 손실이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사가 추석 연휴 전 협상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년 연장 문제는 사측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고, 사실 협상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노사 간의 이견이 크기 때문에 파업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노조가 수용이 안 되는 안건은 철회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파업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노조의 파업 결정은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추석 전 타결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좁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으로 보장된 영역을 넘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강요하고 있는 노조의 주장은 해사행위나 다름없다"며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감소는 당연한 수순인데도 현대차는 이제껏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달리 해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년 연장 요구는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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