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지난 3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 대단합' 화두를 던지며 내년 4.10 총선 채비를 본격화 하고 있다. '보수 빅텐트' 구축을 통해 전통 지지층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외연 확장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약 50여분 간 환담을 나눴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라며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 등과 함께 대동단결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다시 회생하기 어려울 만큼 위기 상황이었을 때 천막당사 결단으로 당을 살린 과거 역사도 되짚어 보고, 연전연승의 선거 승리를 이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같이 의견을 나누며 환담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이 여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 달라는 부탁 말씀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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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월 13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
과거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그는 2004년 '노무현 탄핵 역풍' 등으로 위기를 맞았던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라는 파격 행보를 통해 제17대 총선에서 121석을 가져오는 쾌거를 거뒀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지원유세 중 '커터칼 테러'를 당하고도 "대전은요?"라며 선거를 먼저 챙겼다. 이후 2011년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다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듬해 총선을 또 승리로 이끌었다.
김 대표는 "내가 당대표가 된 이후로 우리 당 출신의 역대 대통령을 찾아뵙고 또 돌아가신 분들 경우엔 흔적을 찾아가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보수당의 자취와 당의 뿌리를 재확인 했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보수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을 찾았다. 취임 직후인 지난 3월15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고, 4월에는 서울 마포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5월에는 경남 거제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잇따라 방문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박 전 대통령을 찾아 뵙는다고 했더니 만나 뵈면 한 번 모시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고, 박 전 대통령께서도 긍정적으로 답변하셨다"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 대단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14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와 박 전 대통령 만남 자체만으로도 범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고,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다면 보수 지지층에 상당이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보수층의 단결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아마 다음 단계는 중도층 흡수를 위한 전략이 될거고, 또 그 전략으로 가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다 뭉쳐야 하고 또 외연 확대를 통해 중도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에 직접 관여하시지는 않겠지만 김 대표와의 만남 그 차체만으로 보수 우파들이 결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는 당이 전체적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서, 앞으로 우리 당이 외연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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