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단순 분해·재조립 시 재활용시설 불필요… 규제 손질
업계 "배터리 재사용 기준·법적 규제 등 정부 구체적 제도 필요"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앞으로는 전기자동차 폐배터리(사용 후 배터리)를 단순 분해하거나 재조립해 재제조·재사용 목적으로 재활용할 경우, 재활용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재활용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흐름./사진=환경부


환경부는 22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제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등 불필요한 규제 안건 3건을 심의·의결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잔존가치가 있는 경우 태양광발전시설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등 다른 용도 배터리로 '재사용'된다. 재사용이 어려울 경우 파쇄·분쇄·선별·추출공정 등 습식·건식제련으로 유가금속을 회수해 배터리 소재로 '재활용'한다. 당초 설계된 배터리 용도와는 다른 목적이나 용도로 부품 또는 전체 배터리를 '용도 변경'해 사용하기도 한다.

환경부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0년 11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기자동차 폐배터리를 폐기물 종류 중 하나로 신설하고, 재활용업 허가를 위해 갖춰야 할 기술과 시설 기준도 별도 마련했다.

하지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공정은 폭발 위험이 있고 민원 문제로 일반 폐기물 소각이나 매립만큼 인허가가 어려워 건설업 기반 전문 폐기물 처리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선점해 왔다. 특히 단순 분해·재조립할 경우, 압축이나 파·분쇄 등 재활용시설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업 허가 요건에 포함돼 있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이에 환경부는 환경규제 혁파 일환으로 전기차 폐배터리를 제품으로 재조립하는 경우 재활용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데 반해, 그간 국내 배터리 재활용 규제는 엄격했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와 함께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에 대한 정부 기준과 법적 규제 등 폐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그간 관련 법령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발전 속도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산업계에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찾아내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SNE 리서치가 추산한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187GWh, 2040년 1849GWh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2030년 55억5800만 달러(약 6조원), 2040년 573억9500만 달러(약 66조원) 규모로 추정했다. 1849GWh는 1회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230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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