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최근 미중 갈등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원재료인 광물을 아프리카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어 업계 내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 시행에 따라 중국산 광물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아프리카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세계에 있는 광물 중 30% 이상이 매장돼 있다. 주요 광물로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코발트·탄탈룸, 보츠와나의 다이아몬드, 가나·남아공·수단의 금, 기니의 보크사이트, 잠비아의 구리, 나미비아의 우라늄, 라이베리아의 철광석,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백금 등이 있다.
|
|
|
▲ 수산화리튬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캡처 |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많이 들어가는 코발트·니켈·리튬 등이 풍부하다. 리튬의 경우 짐바브웨, 나미비아, 가나, 콩고민주공화국, 말리 등 아프리카 대륙에 골고루 퍼져있어 공급 계약이 용이하다.
리튬 매장량은 DR콩고가 아프리카 1위지만 채굴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짐바브웨다.
짐바브웨는 호주, 칠레, 중국,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리튬 생산국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짐바브웨가 지금까지 발견된 리튬 광산을 모두 채굴하면 세계 수요의 20% 이상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니켈은 부룬디와 탄자니아 서부 지역에 포진해 있다. 특히 산화광보다 공정이 쉬운 황화광 매장량이 풍부해 산화광이 많은 인도네시아에 비교 우위를 가진다.
이밖에 코발트는 DR콩고가 지난해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생산국으로 있다.
◇미-중 공급망 주도권 경쟁, '장군멍군'
아프리카 대륙에 매장된 광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미국과 중국이 진행 중인 공급망 주도권 경쟁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
▲ 아프리카 세렝게티./사진=하나투어 제공 |
우리나라는 미국 IRA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중국산 광물에 의존해왔다. 중국에는 리튬을 필두로 배터리 광물 매장량이 풍부하고, 인접 국가여서 물류비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IRA가 시행되면서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밸류체인에 타격을 가했다. 광물부터 소재, 완제품까지 중국산 배터리 관련된 모든 것은 미국에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18㎚ 공정 이하 D램, 14, 16㎚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 장비 등의 중국 수출을 통제해왔다.
중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량 94%, 게르마늄 생산량 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금속은 반도체 생산은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섬유 통신 등 광범위하게 쓰인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6~2020년 사이 희토류 15종을 포함한 핵심 원자재 51종 중 33종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적인 반도체 제재에 들어갈 경우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역시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배터리 4대 핵심광물로 제재를 확대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향후 어떤 형태로든 광물 분야에서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미국에 대항하는 방안을 고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 정부·민간, 아프리카와 협력 강화 모색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이 모두 나서서 아프리카 광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제7차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 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수출금융을 8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
|
▲ 추경호 경제부총리./사진=미디어펜 |
민간에서는 LG화학, 포스코인터네셔널, LX인터네셔널 등의 활약이 기대된다.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중국의 리튬화합물 제조 선두업체 야화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의 수산화리튬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 소재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업체들과 MOU를 체결했다. 이곳에서 공급받은 천연흑연 등을 이차전지 소재를 만드는 포스코퓨처엠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SK, LX인터네셔널, 고려아연 등이 이달 초 있었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에서 탄자니아 총리와 만나 배터리 광물 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