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국토교통부가 또 사고를 쳤다. 무책임한 통계 오류에 애꿎은 건설사만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국토부로부터 받은 주택 하자 통계 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됐다.

해당 기사에서 ‘하자 판정 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DL건설이었다. 하루아침에 '하자왕'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안게 된 DL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료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 수치인 ‘하자 판정 수’는 실제 하자 수가 아닌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 심의 건수였다. DL건설의 하자 판정 수 899건도 심의 결과 하자로 확정되지 않을 수 있는 허수에 불과했다.

엉터리 하자 통계는 부동산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국토부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5일 또다시 ‘공동주택(아파트) 하자 판정 현황’을 발표했다. 통계 집계 기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전과 동일하다.

   
▲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5일 주택 하자 현황을 공개했다.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접수된 사건 중 하자로 판정 받은 세부 하자 건수가 많은 10개사 (단위: 건)

새로운 하자왕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총 3062건의 하자가 하심위에 접수됐고, 이중 1612건(52.6%)이 하자로 판정됐다.

DL건설은 하자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누명은 벗었지만 하자왕 낙인이 남긴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e편한세상 브랜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허영 의원실은 국토부가 하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불확실한 자료를 제출해 시장 혼란을 야기시켰다며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양새다.

국토부는 첫 번째 통계와 오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주택 하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건설사별 하자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며 두 번째 통계에 대한 긍정적 의미만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토부가 거창하게 의미 부여한 주택 하자 통계는 신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왜곡 가능성도 크다.

앞선 통계와 이번 통계의 공통 항목인 ‘하자심사 접수 건수’부터 숫자가 다르다. GS건설의 경우 9월 초 통계 기사에서는 3141건이 하자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9월 말 자료에서는 3062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하자 확정 건수의 경우 며칠 사이 판정이 번복되거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하자 접수 건수가 줄었다는 것은 신뢰도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자 접수 건수가 고무줄이라면 통계의 핵심인 ‘하자 판정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통계 오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분양 통계는 수천 건 이상 누락되는 게 빈번하고, 주택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도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부동산 통계는 집값을 비롯해 소득과 고용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통계에 오류가 발생하면 정책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정책 방향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다.

특히 주택 하자 통계의 경우 건설사에게 매우 민감한 수치다. 하자 많은 건설사로 소문나면 미분양 물량은 늘어나고 금융권으로부터 외면받아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엉터리 주택 하자 통계가 건설사 부도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주택 하자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철근 누락 등 주택 품질 저하로 인한 안전 문제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한 주거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선행돼야 한다. 첫발을 떼자마자 논란에 중심에 선 ‘아파트 하자 통계’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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