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내년 4.10 총선 민심 풍향계가 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라 불리는 이번 10.11. 보선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다. 선거 패배는 여야 누구에게나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지도부가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진교훈·국민의힘 김태우·정의당 권수정·진보당 권혜인·녹색당 김유리·우리공화당 이명호·자유통일당 고영일(기호순) 등 7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각각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총력을 쏟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추석 연휴 6일 중 무려 5일을 강사구에서 보내는 등 전면에서 선거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보궐선거 지원 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국회에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도 취소하고 선거 유세에 집중했다. 그는 강서구 방화사거리 집중유세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16년 동안 민주당 구청장이 하나도 제대로 실천 못 했는데 김태우 구청장을 뽑아 놨더니 1년 만에 하나씩 해결됐다"라며 "힘 있는 사람이 구청장을 해야 고도제한도 완화가 되고, 합리적으로 일이 추진되고, 재건축 재개발 인허가도 팍팍 날 것 아닌가"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당선시켜 16년 동안 강서발전을 가로막은 민주당의 강서지역 국회의원, 전직 구청장을 반드시 심판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겠다"라고 자신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를 겨냥해 "범죄자가 자기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내려꽂은 민주당의 후보는 누구에게 충성하겠는가. 이재명이다. 범죄자에게 충성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 심판론을 내세우며 진교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추석 민심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서구민들은 김태우 후보에 대한 대법원 유죄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무력화시킨 대통령의 무리한 사면과, 범죄자를 다시 공천하는 여당의 오만함에 분노하고 있었다"라며 " 강서구에서부터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4일 오전에는 강서구 진교훈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 심판에 강서 민심이 결집되고 있다"라며 "강서구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윤 정부 심판을 시작해주길 간절히 호소드린다"라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오만과 독선, 폭정과 무능의 윤석열 정권을 강서구 보궐선거로 심판하자' 이것이 추석 민심이고 강서구의 민심이라 믿는다"라며 "분노한 강서구민들께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진 후보에게 진정 강서구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시기 바란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총선 전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가 맞붙는 첫 선거로 그 결과에 따라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는 쪽은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지도부 교체 없이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할 것으로 보이지만 패배한 쪽은 당 지도부 교체 등 인적 쇄신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를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질 경우 김기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수도권 위기론'이 선거에서 질 경우, 더 확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책임을 묻는 진행자에게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질 수밖에 없다. 대표를 맡고 있으니까 일단 책임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질 경우 "국민의힘 내부가 상당히 아마 복잡해지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텃밭으로 불리는 강서구에서 패할 경우 이 대표 리더십이 붕괴될 위험이 높다. 강서구는 갑·을·병 지역구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역시 지난 해에는 국민의힘이 이겼지만, 16년간 민주당이 차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강서구는 윤석열 대통령(46.97%)보다 이재명 후보(49.17%)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따라서 선거에서 질 경우 비명계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등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여야 지도부가 외곽에서 선거 지원에 집중 사격을 퍼붓는 가운데 지난 3일 강서구청장 선거를 뛰고 있는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첫 TV토론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진 후보의 정치 경력을 문제 삼으며 주당의 공천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공세를 폈고, 진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 책임이 있는 김 후보의 출마 자체가 부당하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