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친명계로 개편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 낮은 요구가 거듭되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구설수를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결파 징계 요구 목적이 선당후사와 거리가 먼 친명계 영향력 확대 의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최근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대한 앙금을 여과 없이 분출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면서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한다”라며 가결파 응징을 주장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SNS를 통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 끝날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가결파를 색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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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정청래 최고위원이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친명계인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도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체포동의안 가결 전후에 꾸준히 민주당을 흔들어 댔던 분들은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며 가결파 응징 주장에 힘을 실었다.
친명계 지도부에서 가결파를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자 비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서고 있다. 지도부가 앞장서 당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재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은 지도부의 가결파 응징 주장에 맞춰 이른바 ‘수박’ 색출에 나서는가 하면 비명계를 향한 문자테러를 감행하는 등 통합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5일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다른 쪽을 배제하고 쫓아내려는 것은 건강한 정당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라며 “과연 이런 정당이 공당이냐, 이런 정당이 민주 정당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원외에서도 지도부의 가결파 색출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결 표를 색출하는 것이 국회법 무력화 시도이자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12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인사와 관련된 안건은 비기록 표결인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또한 인사와 관련된 안건이므로 법적으로 무기명으로 표결해야 한다. 가결 표 색출은 국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인 셈이다.
아울러 반란표 색출이 불가능하고,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도 않아 징계 실현 가능성이 낮음에도 응징을 주장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가결파로 지목된 인물 다수는 지난 7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 비명계 의원들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인원과 가결 표 행사 인원이 엇비슷해 용의선상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어기구 의원의 경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음에도 부결 투표용지를 인증한 바 있어 심증으로 가결파를 특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에) 피아식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가결파를 어떻게 색출하고 무슨 근거로 징계하겠다는 것인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현 가능성 낮은 주장으로 당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지도부 출범 후 ‘통합’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음에도 가결파 숙청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되는 것은 결국 공천 문제로 읽힌다.
민주당은 현재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비롯해 해병대 고 채 상병 특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등 대여투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반격에 성과를 내기 위해 단일대오 정비는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앞장서 가결파를 축출한다는 것은 투쟁 동력을 스스로 제거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따라서 가결파 응징은 당장의 축출보다 이재명 체제로 치러지는 총선에서 본인들의 충성심을 증명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또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천에서 친명계의 입김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친명계 지도부가) 동료 의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킨 것을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가결파를) 100% 당장 정리할 방법은 없다”라며 가결파 응징 주장은 즉각적인 징계와 축출보다 공천에서 친명계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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