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를 도입한 지 4년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해결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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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한국노총이 최근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10명 중 6명(61.5%)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여성(68.9%) 비율이 남성(48.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2019년 1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같은 해 7월 16일부터 시행했다. 각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체계를 갖추게 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홍보와 무료 교육도 실시하는 등 각종 방안을 추진했다.
또한 지난 1월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해 다양한 사건을 지속적으로 접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와 중앙연구원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에 기반한 괴롭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노총 남녀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 '언어폭력', '사생활 침해', '직장 내 따돌림', '직무배제 및 위협', '직무강요 및 통제', '제도적 제한'(연차휴가, 병가, 육아휴직 등)으로 유형화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언어폭력 유형이 46.3%로 가장 높았고, 언어폭력 중에서도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큰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냄'이 가장 많았다. 월 1회 이상 지속·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비율도 48.4%에 달했다. 직장 내 따돌림을 경험한 비율도 39.5%로 높게 나타났으며, 제도적 제한 38.4%, 직무배제 및 위협이 31.3%로 뒤를 이었다. 신체적 폭력 및 위협은 19.0%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사원급이 51.6%로 가장 높았고 대리급 30.1%, 과장급 12.9%, 차장급 2.5%, 부장급 이상 2.9%였다.
민간부문 직장 내 괴롭힘 경험비율은 59.3%고, 공공부문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비율은 민간부문보다 11.9%p 높은 71.2%를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조사 결과, 직장 내 성적 괴롭힘 경험은 여성 53.0%, 남성 27.0%로 나타났고,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의 가장 대표적 유형으로는 특정 성별에 특정 역할을 강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31.1%로 가장 높았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경험은 남성 16.8%, 여성 39.4%였다.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 주된 가해자 지위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관리자)가 58.3%를 차지했고,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 18.5%, 비슷한 직급 동료 17.5%, 사용자 친인척 3.3%,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 1.5%, 하급자 1.0% 순이었다. 그동안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유형 중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적희롱 경험 비율은 10.1%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대응방안으로는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음이 38.7%, 이직·퇴사를 고려하고 있음 26.2%, 휴직하거나 휴가 5.8%로 나타났다. 직장 내 고충처리기구와 고용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한 대처는 12.4%에 그쳤다.
정부 지원 등을 늘리고 직장 내 괴롭힘 범위를 보다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구를 수행한 장진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직장 내 괴롭힘 정의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달리 단발성 혹은 일회적인 행위라고 할지라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직장 내 괴롭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무엇보다 법원의 괴롭힘 위법성 판단기준인 지속성과 반복성과 불일치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사업장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보호방안 마련과 소규모 사업장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2차 가해 구제방안, 법 개정을 통한 사업주 증명책임 부담명시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각지대에 위치한 5인 미만 사업장도 처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다수 조항 적용이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제3자'를 넣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법상 의무 이행을 위해서는 사용자 괴롭힘 조사와 피해자·가해자 분리·배치전환, 가해자 징계 등이 필요하지만, 소규모 사업장 인사노무관리 역량과 공간상 한계, 법상 의무 불이행에 대한 벌칙·과태료 부담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 의지 등이 중요함을 고려해 사업주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홍보, 조직문화 개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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