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오해 소지 있을 수 있어… 개편 방안 도출되면 모두 공개"
윤 정부 출범 이후 노동정책·중대재해법 완화 비판… 장관 사퇴 요구도
[미디어펜 유태경 기자] '주 69시간 근로' 논란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 고용노동부가 개편안 설문조사에 이용한 설문지 제출 여부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국감장에서는 고성이 오갈 뿐만 아니라 이정식 고용부 장관 사퇴 요구도 불거지며 한때 '쑥대밭'이 됐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게 "설문조사 결과는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에 사용한 설문지라도 제출해 달라 하는데도 제출 않고 있다"며 "숨길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러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정식 장관은 "숨기는 것은 아니고, 결과를 토대로 차분히 개선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미치는 파급력과 영향, 과거 프레임 등으로 인해 종합적으로 발표해 논의하지 않으면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전문가에게 맡겨 보고서와 제도 개편 방안이 나오면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3월 6일 연장근로시간을 유연화해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윤석열 대통령은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6~8월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6030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설문 결과를 분석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난 10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설문조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지 공개를 하지 않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국정감사를 하는 자리인데,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이라면 자료제출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보안적 사안도 아니지만, 정부가 보안을 지켜야 한다면 비공개 열람도 가능한데 그조차도 안 해 주는 게 국감을 앞둔 정부 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미 조사가 끝났기 때문에 설문지 문항을 보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이를 감추려는 이유는 노동자들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것도 숨기고 싶고, 저것도 숨기고 싶고 그야말로 '양두구육'"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하겠다고 해 놓고 뒤에서는 노동자 때려잡고 실제로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며 이 장관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항이 하나라도 오픈돼 갑론을박 상황이 벌어지면 정부 의견안이 아니고 애초부터 국회 통제를 받는 의견안이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자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가 과도히 개입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맞불을 놨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또한 "앞서 미래노동위원회에서 여론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52시간 근무제도 관련해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혼란이 왔다"면서 "진성준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조금 더 오버하는 부분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추진한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모든 분야가 엉망이지만 그 중 가장 망가진 영역은 바로 '노동'"이라고 말문을 텄다.

우 의원은 "공정한 노사관계는 '건폭몰이'로 정권에 의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을 야기했고 노동시간 정책은 주 69시간제로 국민 저항에 부닥쳤다"며 "산업안전은 킬러 규제 완화와 중대재해 처벌법 무력화로 나타났고, 상생협력 노사관계는 결국 세액공제를 볼모로 한 국가적 노조 탈퇴 공작이 진행됐다. 심지어 실업급여로 버티는 국민들을 '시럽급여'라고 조롱까지 했다"며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정식 장관의 의중을 물었다.

이어 "대통령의 '킬러 규제 혁파' 한 마디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완화되는 징조를 확실히 보였고, 실제로도 중대재해법은 지난 8월 말까지 입건된 166건 중 단 2건만 검찰송치됐다"며 "아무리 법을 완화시키고 싶어 해도 법이 있는 동안은 수사해야 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 고용부 국정과제 중 최우선 순위는 일하면서 안 죽고 안 다치게 하겠다는 것이고, 킬러 규제 혁파는 불편함을 덜어 주면서 효과적으로 법이 작동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중대재해법 시행령 연구용역은 문재인 정부에서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산안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중지 요건과 범위 등을 대폭 줄여놨어요"고 반박했다.

장관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껏 양심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직분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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