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연일 가계대출 수요 억제책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은행에서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취급 대상을 제한하거나 아예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주요 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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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50년 만기 주담대의 취급 대상을 만34세 이하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은 국민·신한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은 현재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올해 1월 Sh수협은행이 처음 출시한 이후 주요 금융사들도 앞다퉈 선보였다. 하지만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다고 지목하자 업계는 해당 상품의 취급을 중단하거나 나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취급문턱을 높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늘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이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3%p 인상한다.
앞서 하나은행이 이달부터 일부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p 축소한데 이어 국민은행도 지난 1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올렸다. 아직 대출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신한·NH농협은행도 조만간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주요 시중은행 실무자들과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가계대출 동향 점검' 회의를 열어 대출수요 억제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은행권 가계대출 현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폭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안정될지 여부에 대해선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부채는 전월보다 2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5~6조원의 증가폭을 보인 7월과 8월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는 추석 상여금에 따른 신용대출 상환과 여전사 등의 분기별 부실채권 상각 등 일시·계절적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개별 주담대는 8월 4조1000억원에서 9월 3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정책모기지는 2조7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8월 4조8000억원에서 지난달 4조2000억원 감소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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