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특히 금리 상한이 17.5%로 고정돼있는 민간 중금리 대출은 공급액이 절반 이상 급감해 중·저신용자들이 설 곳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중금리대출은 금융회사가 신용 하위 50%인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신용대출이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 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업권별 ‘민간 중금리 대출’ 요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해당 대출에 규제상 인센티브를 부여,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도하는 구조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총 1조4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조1436억원) 대비 54.7%(1조7201억원) 급감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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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4분기 이후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조6752억원으로 1분기(1조6685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 2분기(3조3733억원)와 비교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공급처도 줄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민간 중금리 대출을 공급한 곳은 지난해 3분기 33곳에서 올해 27개까지 줄었다.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 건수도 같은 기간 19만4836건에서 8만6025건으로 55.9%(10만8811건) 대폭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을 보다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취약차주가 많이 이용하는 만큼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3.1%에서 지난해 2.6%로 소폭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6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올해 2분기에는 5.6%로 전년 동기(3.71%)보다 1.89%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대폭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수신 경쟁이 재점화되며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4%대로 올랐다. 이날 기준 1년 만기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높은 금리에 유치한 수신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신잔액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권 5~6%대 고금리 예금들의 만기 도래는 올해 말까지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최대 연 6%대 예금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시중은행과 수신 경쟁을 벌여왔다. 통상 저축은행은 은행권 예금금리보다 0.8~1.0%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한다.
수신금리는 치솟는데 대출금리 상한이 제한돼 있으니 연체나 대손 비용(못 받은 돈을 손실 처리하는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역마진’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민간중금리 대출이 축소되지 않도록 금리상한 기준을 합리화해 민간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금리상한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은 지난해 상반기 16%에서 하반기 16.3%, 올해 상반기 17.5%까지 올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은 리스크가 높아 법정최고금리인 20%를 받아도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손실을 보면서까지 대출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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