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삼성SDI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유럽시장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현대자동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7년 간 배터리 공급 규모는 전기차 5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으로, 이를 환산하면 연간 약 1조 원 내외, 7년 간 7조~8조 원 가량의 배터리가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제품은 현재 개발 중인 고성능 각형 배터리 'P6'다. 삼성SDI는 P6에 사용되는 양극재 중 니켈 비중을 91%까지 끌어올리고, 음극재에는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차량의 주행가능거리가 향상된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P6 배터리를 체코 등 유럽에 있는 현대차그룹 공장에 공급할 것으로 관측딘다. 현대차는 체코 모라바슬레스코 주 노쇼비체 공업지대에 공장을 두고 코나EV, 투싼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계약 상 첫 공급 시점인 2026년은 현대차가 2025년을 목표로 ‘E-GMP’에 이은 2세대 전기차용 플랫폼을 준비하는 시점과 근접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이 2026년부터 유럽에서 판매하는 2세대 플랫폼 기반 전기차는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가 구상하는 2세대 플랫폼이 소형 전기차부터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두루 적용될 예정이어서 삼성SDI 배터리가 현대차의 고급 전기차에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로써 삼성SDI는 그동안 다소 약점으로 꼽혔던 유럽 시장 공략과 프리미엄 배터리로 역량을 집중하는 미래 전략을 실행하게 됐다.

삼성SDI는 이미 유럽 현지에서 BMW와 아우디 등 현지 주요 완성차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강자로 입지를 다진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유럽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차세대 고부가가치 배터리인 P6를 공급하면서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인기 등 저가 경쟁 속에서도 프리미엄 라인 경쟁력 향상에 더욱 집중한다는 기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삼성SDI는 다소 저가형인 LFP 배터리 보다는 젠(GEN).5, P5 등 프리미엄 배터리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유럽은 전기차 본거지와 마찬가지인 곳으로, 유럽 소비자들은 세계 어느 소비자보다도 전기차 품질에 대해 까다롭고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가 삼성SDI를 유럽에서 장기 파트너로 택한 것은 그만큼 배터리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설계가 유연한 파우치형 배터리만 요구해온 현대차가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채택해 공급사 다각화 전략을 펼치는 것도 높은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BMW, 스탤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와 주로 거래해왔지만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현대차를 새 파트너로 맞이하게 됐다"며 "유럽시장에서 프리미엄 배터리 전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