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오래 대기하던 탈북민 대거 송환
“원래 한 지역에서 30~50명씩 모아 집단 북송해와”
“두만강 건너는 데만 5천만원 이상 탈북비용도 비싸져”
尹정부의 숙제…中내 북한인권 문제 해결해도 큰 성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중국 내 탈북민이 대거 강제북송 된 사실이 국정감사 기간 중 보도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탈북민 북송과 관련해 야당은 “한중관계가 파탄 직전”이라고 몰아세웠고, 이 문제는 북한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윤석열정부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27일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선 그동안 탈북민 문제를 조용하게 처리해온 정부입장을 바꿔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중국 당국은 탈북민 자체를 부정한다. 국내법 기준으로 불법 월경자로 보고 처리한다”고 말하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앞으로 2차, 3차 탈북민 북송이 있을지’에 대해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사실상 저지가 힘들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북중 간 국경이 오랜만에 열리면서 중국 내 탈북민 북송사건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이 한중관계가 좋을 땐 탈북민들에게 우회로를 열어주기도 하는 등 단속을 조절해왔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결국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는 중국의 호의를 기대하는 ‘조용한 외교’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원칙을 갖고 대중 외교를 동원하고,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1982년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및 1988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강제송환 금지’에 관한 국제규범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국경지역. /미디어펜 김소정 기자

그렇다면 갑자기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이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선 탈북민 북송이 시작된 것과 동시에 국내에 입북하는 탈북민 역시 늘어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오랫동안 국경이 닫혀있었던 까닭에 체포된 채 대기하던 탈북민이 많아졌고, 이번에 한꺼번에 북송되면서 더욱 눈길을 끈 측면이 있다. 일각에선 600명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미디어펜’이 취재한 중국소식통에 따르면, 투먼의 70여명을 비롯해 단둥, 훈춘 등지에서 30~40명씩 모두 300여명이 송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소식통은 “중국에서 탈북민을 북송할 땐 개별적으로 보내지 않고, 항상 인원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송환했다”며 “이번엔 각 지역에서 모인 인원을 한꺼번에 보내는 바람에 규모가 커 보였겠지만 대개 한 지역에서 30~50명씩의 탈북민이 집단 북송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송되는 탈북민 가운데 체포된지 상당 기간 지나서 북송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제 체포됐는데 다음날 바로 북송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의 국내 이동이 좀 더 자유로워졌고, 이 때문에 국내에 입국하는 탈북민도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24일 7~9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증가해 40명을 기록했다“면서 ”9월 말 기준으로 올해 입국 인원은 총 139명이며, 이 역시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소식통은 “중국에서 조선교포(조교)라고 불리는 북한인 가운데 중국여권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항공기편으로 한국에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 오래 거주해온 북한인이 불법으로 중국여권을 취득한 것이겠지만 중국에선 가능한 일이고, 이들은 북한국적이므로 국내에 들어오면 탈북민이 된다.

   
▲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탈북민 수용소. /미디어펜 김소정 기자

하지만 중국과 북한에서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이 계속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이유는 최근 탈북비용이 1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졌기 때문이다. 중국소식통은 “탈북민이 두만강을 건너는 데에만 5000만~6000만원을 내야 한다”며 “이 밖에도 중국을 경유해 제3국을 거쳐서 국내 입북하는 비용을 다 합치면 1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탈북비용이 많이 비싸진 이유에 코로나 팬데믹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국경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탈북민이 증가할 경우 탈북비용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당국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강제송환 될 것이란 두려움으로 인해 탈북을 감행하기 힘들 것이다. 

일단 유엔 제3위원회가 연말 유엔총회에 제출될 북한인권결의안에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우려가 담길지 주목된다. 또 4년만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나 이보다 앞서 11월 개최 가능성이 높아진 미중 정상회의 때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가 다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으로 윤석열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막는 것에 성과를 거두면 북한인권 문제를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사실 북한 내 인권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중국 내 탈북민들의 안전에 우리정부의 역할이 작용할 수 있다면, 북한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