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앞서 두 차례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10월에 다시 한다고 공언했으나 31일 현재 시각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북러 간 무기거래뿐 아니라 러시아의 무기기술 지원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측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 발사장에는 아무런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은 특히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발사계획을 통보하지 않았다. 북한은 앞서 1·2차 발사 땐 이틀 전에 일본에 알린 바 있다.
외부 평가에 특히 민감한 북한이 공언한 대로 ‘10월 발사’를 감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통일부는 “확인해줄 만한 내용은 없고 긴밀한 한미공조 하에 북한의 주요시설 동향에 대해 면밀하게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발사 동향이나 준비 사항을 추적하고 있으나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8월 2차 발사 실패 직후 “로켓의 1단과 2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자체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은 독자적으로 위성을 개발하면서 큰소리치던 이전 모습과 달리 이제 러시아의 협력을 받으면서 조용히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2차 발사 시점과 예고한 3차 발사 시기 사이에 김 위원장의 방러 사실이 있었던 만큼 ‘10월 발사’가 무산된 이유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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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2023.9.1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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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임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를 볼 때 별도의 장소에서 비밀리에 실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위원장이 8박9일 러시아에서 받은 여러 조언 등을 통해 위성개발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실 이달 18~19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상이 북한을 방문했고, 그동안 러시아 기술진이 방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북한은 더 이상 자체 실험용으로 3차 위성을 발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번엔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서 발사 시점을 의도적으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도 “북한이 10월 발사를 하지 못했다고 시급하게 다음 발사 시점을 잡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또 김 위원장의 지시를 마냥 미룰 수도 없으므로 연말 안에 단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으로 3차 위성발사에 성공할 경우 다른 무기기술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럴 경우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5대 국방과업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임 교수는 “북한이 현재 러시아에 지원하는 포탄과 탄약 등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재래식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이보다 필요한 것은 없다”면서 “지금 북러관계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고,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북러 간 기술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김정은의 5대 국방과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북러 간 무기기술협력과 관련해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해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극초음속 무기 개발, 핵잠수함, 핵동력(원자력) 공업 분야를 꼽았다. 그는 “실제로 북러 간 무기기술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장담할 수 없으나 지금 푸틴의 가장 아쉬운 사정에 협력하고 있는 김정은은 5대 국방과업을 성공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교수는 연말 내 푸틴 대통령의 방북도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러시아가 북한에 또 다른 요청을 하고 싶을 경우, 또는 북러관계를 극대화해서 과시하고 싶을 경우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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