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 사업' 매각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자생력을 잃은 상태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지연될수록 재무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재개해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 매각 방안이 담긴 시정조치 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7시간 넘게 격론을 벌이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회했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사내이사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를 제외한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이중 사외이사 한 명이 '화물 매각'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위한 화물 사업 분리 매각 결정 여부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진 중 1명이 '화물 매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이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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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A321NEO 항공기./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태라며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과의 '합병'만이 유일한 '상생'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는 현재 자력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팬데믹 시기 3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화물 사업'도 점차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이자 비용은 연 3819억 원에 달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로는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화물사업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7416억 원, 당기순이익이 15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지불했다는 의미다.
이자 비용 축소를 위해 이자율이 높았던 영구채 850억 원을 조기상환했지만 부채비율은 2000%를 넘어섰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던 영구채가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오히려 늘었다. 아시아나의 항공기 리스 부채는 4조3379억 원(올해 상반기 기준)이다. 이자 비용만 1115억 원이 나갔다.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이자 비용과 부족한 자금 유동성, 항공화물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2000%에 육박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이날 이사회의 결정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사회 형국이 배고파 죽겠다는 사람에게 밥을 줬더니 걷어차고 고기를 달라는 격"이라며 "합병이 거부되면 산업은행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이사회에서 분리 매각을 결정한다고 해서 당장 매각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한항공이 EC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빨라도 2025년에야 가능한데, 결국 최종 승인은 현 이사회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파산 직전인데 배임죄를 묻을 상황인지 의문"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나 이사회는 오늘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표결 결과로 결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5명의 이사 중 3명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 사업 매각이 결정되면 관련 내용을 담은 시정 조치안을 기업 결합 심사 주체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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