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기차-고성능 배터리 콜라보 의미…유럽선 대세
LFP 배터리 시장 형성됐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굳건
[미디어펜=조성준 기자]SK온이 유럽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통적인 전기차 선진 권역인 유럽은 고성능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스웨덴 볼보 계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5년 생산 예정인 '폴스타 5'에 NCM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폴스타 5’는 폴스타가 2025년부터 생산할 계획인 럭셔리 4도어 그랜드 투어러(GT)다. 최대 650kW(884hp)의 출력과 900Nm의 토크 등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갖췄으며, 폴스타의 영국 R&D센터에서 개발한 ‘맞춤형 알루미늄 플랫폼(Bespoke bonded Aluminium Platform)’을 기반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 폴스타 5의 프로토 타입이 영국 폴스타 R&D센터 내부에 서 있는 모습./사진=SK온 제공

폴스타 5에 탑재되는 셀은 길이가 56cm에 달하는 초장폭 하이니켈 배터리(니켈 함량 80% 이상)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음극에 사용되는 실리콘 비율을 높여 충전 성능과 에너지 밀도를 한 차원 향상시켰다.

모듈 케이스의 강성을 확보해 열 확산(TP·Thermal Propagation) 테스트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통과하는 등 안정성도 대폭 강화했다. 배터리 열 제어를 담당하는 쿨링 플레이트를 모듈에 직접 적용하는 구조 효율화를 통해 전반적 냉각 성능 역시 개선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온의 폴스타 계약이 유럽향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올해 초부터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하반기 들어 해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었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싼 대신 에너지밀도가 낮아 1회 충전을 주행가능거리가 다소 짧다. 중국 CATL이 LFP배터리 성능 향상으로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했으나 NCM, NCA배터리 등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와 물질적 차이로 인해 성능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 

특히 겨울철 추운 날씨에서 LFP배터리의 성능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차량 히터를 틀 경우 배터리가 더욱 빨리 닳아 계절적 한계도 지니고 있다.

이런 단점을 저렴한 가격으로 보완하면서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이 LFP배터리를 속속 도입했지만 이번 SK온과 폴스타 계약으로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폴스타가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LFP 배터리는 저가형 전기차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차량 성능에 대한 기준이 높은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체불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 양사 대표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계약과 관련해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는 "폴스타 5는 빠르게 개발되고 있으며, 그랜드 투어러(GT)의 위상에 걸맞은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SK온의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SK온과 폴스타가 최고급 전기차 모델에서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폴스타와의 협업 관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리튬이온-LFP 배터리 이원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며 "두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대한 수요층이 달라 전기차 시장도 고성능 제품군, 가성비 제품군으로 분화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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