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겨냥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금융권에 상생금융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내년 추가로 내리기로 하고 인하 폭을 고심 중이다.
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의 인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면서 이달 중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예년 자동차보험료 조정 시기보다 1~2개월 가량 당겨진 일정으로 최근 상생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조정 시기가 일러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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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보험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냈으나 은행권과 달리 한화생명, 삼성 계열사를 제외하면 특별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8월 한화생명은 상생금융 1호 상품으로 '2030 목돈 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을 출시했으며 9월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청소년·청년·시각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생명·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조1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2% 급증했다.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상반기 5조3281억원, 생명보험사는 3조8150억원으로 각각 55.6%, 75% 증가했다. 이는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8조969억원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80% 이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8.3%로 지난해 같은 기간(78.0%)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은 80%대로 여겨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보험사 이익 규모도 급증한 만큼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상생금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당국 입장에서 가능한 이달 중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보험료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고,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보험료는 보험사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2000만명이 가입해 있고,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요소에도 포함될 만큼 국민생활과 밀접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간접적 가격 통제를 받고 있다.
이번 인하 폭은 자동차보험 부문 영업손익과 서민물가 등을 반영해 1%대 중반에서 최대 2%가 유력하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4월 평균 1.2~1.4% 수준으로 내린 데 이어 올해 2월 추가로 평균 2%대로 인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하율이 너무 낮으면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할인하고도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질타를 받을 수 있다"며 "이익 규모를 고려했을 때 1.5~2% 사이에서 회사별로 적정 수준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달 중 구체적인 인하 폭이 정해지면 내년 1월 책임개시일부터 순차적으로 인하된 자동차보험료가 적용된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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