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최대 35조 상향안 발의…재정 투입 안 따라줘 회의론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 무기수출 2차계약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한도 제한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여야 의원을 중심으로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상향하는 법안들이 발의되는 등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의 출자금 투입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수은의 정책자금이 사우디·체코·이집트 등지의 원전 수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신산업, 해외 건설업 등에도 투입돼야 해 방산계약에 집중 지원하는 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최근 여야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수은 법정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사진=수출입은행 제공


8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여야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수은 법정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30조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본금 한도를 35조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자 발의한 상태다.

현재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원으로 실제 약 14조 8000억원을 자본금으로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가로 2000억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24일 열린 수은 국정감사에서도 자본금 한도 상향 문제가 재차 거론됐다. 당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30조원 내외 정도로 (자본한도를 늘리면) 당분간 한도 문제 없이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방산 수출과 관련해 수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 법정자본금 한도로는 추가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 규모가 큰 수주산업의 경우 수출국이 자본력이 부족한 수입국에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수은과 무역보험공사(무보)가 절반씩 자금을 부담해 최대 약 80% 규모의 대출보증 등의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수은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자본금 한도를 고려하면 최대 약 6조원을 수출금융으로 지원할 수 있어, 무보와 최대 12조원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약 60조원(44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폴란드 방산수출 1·2차 계약이 수은의 법정자본금 부족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방산수출이 단순 자본금 한도를 상향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법정 자본금은 한도를 설정하는 하나의 절차일 뿐, 실제 정부(기획재정부)가 수은에 자금을 한도치만큼 투입해야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자본금을 추가 납입하려해도 한도 여유가 없어 법적으로 상향할 필요성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거론되는 한도 상향치 35조원까지 정부 출자가 추가로 이뤄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며 "법이 개정되더라도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한도치만큼 정부 출자를 받는데 상당 기간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무기수출 계약에 대한 금융지원은 현재 세부조율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폴란드 방산 1차 수출계약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은 폴란드측과 자금집행을 위한 세부 조율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진 중인 방산 1차 수출계약에 대한 금융지원이 마무리되면 2차 수출계약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관계기관 등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번 논란을 토대로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크게 상향하고, 정부 출자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방산수출 외에도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 동유럽 및 이집트 원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해외수주건 △중소중견기업 지원 및 배터리·반도체·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 △건설·플랜트·조선 수출 등에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수은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에 힘입어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 등 수주하게 된 계약이 상당하다"며 "방산 외에도 다른 해외 대형 사업을 추진하려면 수은의 법정한도를 대폭 상향하고 실제 정부의 자본금 추가 투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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