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금리 상황에서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7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의 급격한 부실을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에선 당국이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수요 억제를 주문하면서도 동시에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완화를 위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책 엇박자'가 시장에 혼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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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시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6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8월 6조9000억원을 기록했던 증가 폭은 9월 4조8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달 들어 다시 증가 폭이 커졌다.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했던 신용대출이 다시 늘어난 결과다.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지난달 1조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21년 11월 5000억 늘어난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국은 지난달 은행들을 상대로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하며 사실상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주도했다. 그런데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자 "과거 어느 시기와 비교해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4~10월 증가폭은 월평균 3조7000억원으로 과거 9년간 평균 증가폭 7조 4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라며 "현 정부 들어서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됐고,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도 0% 수준으로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 예외 대상을 줄여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DSR 규제 적용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논의중인 스트레스 DSR 세부방안은 다음 달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당국의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 주문과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발언으로 다시 촉발된 은행권의 고금리 부담완화를 위한 '상생금융' 방안 마련이 서로 상충돼 일선에선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요구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동원에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이자장사'로 수익을 올린 은행의 영업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하면서 은행들은 취약계층의 이자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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