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인상 당분간 한풀 꺾일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이 지난해 말 유치했던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 재유치를 위해 연말까지 수신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은행의 예금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한 데다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재차 압박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 은행권이 지난해 말 유치했던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 재유치를 위해 연말까지 수신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은행의 예금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사진=김상문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수신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했던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재예치하기 위해 그동안 연 4%대 상품을 내놨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19개 은행 37개 상품 가운데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19개로 집계됐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도 '이자장사'로 수익을 올린 은행의 영업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 입장에서 예금금리가 오르면 좋겠지만, 마냥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정기예·적금을 비롯해 양도성예금증서와 금융채 등 8개 수신상품 금리를 반영해 산출되는데,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 등의 날 선 표현을 동원해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를 질타한 가운데 금융당국까지 이에 합류에 은행권에 쓴소리를 내면서 은행권은 대출금리 향방을 두고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정치권에선 은행 이익 확대를 두고서 '횡제세(초과이윤세)' 도입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권이 혁신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고 보기 어럽다"고 지적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가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올해 은행권 이자이익은 60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채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채권 발행을 자제했던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하면서 은행들은 수신에 의존해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아도 된 영향도 한몫한다. 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한 것은 은행의 과도한 수신경쟁으로 인한 예금금리 상승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대출금리 인상을 우려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이 원장은 지난 2일 '금융상황 점검 회의'에서도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수신 금리 등 과당 경쟁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금융사) 경영진 면담으로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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