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려된 대규모 자금이동(머니무브)의 가능성을 낮추고,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운용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제20차 정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16일자로 시행될 예정이다.

   
▲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지난해 연말 회사채시장 경색 등으로 일부 금융권에서 유동성 부족이 일어나자 금융사들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퇴직연금 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금리 공시 등 원리금보장상품 규제를 회피하는 변칙적 원리금보장상품 제공 등 불공정 영업 행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불공정 영업행태가 연말마다 재발하지 않도록 퇴직연금에 제공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한 규율체계의 공백을 메우고 공정경쟁 규율이 강화된다.

우선 개정안에는 비(非)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에도 금리 공시의무가 적용된다. 퇴직연금사업자는 비사업자의 원리금보장상품까지 포함해 가입자에게 제시하는 모든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를 공시해야 한다. 

변칙적 원리금보장상품 제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웃돈) 수취·제공 금지도 명확화할 계획이다. 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에 해당하는 파생결합사채에 대해서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원리금보장상품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원리금보장형 사모 파생결합사채의 경우 퇴직연금 상품으로 제공이 금지된다.

금융위는 퇴직연금 제도별(DB·DC·IRP) 성격에 맞게 운용규제를 개선해 유연한 적립금 운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확정기여형(DC형) 및 개인형(IRP형) 퇴직연금의 이해상충 규제를 합리화한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IRP형의 경우 이해상충 가능성이 낮은 점을 감안해 계열회사 및 지분법 관계자가 발행한 증권의 편입 한도를 DC형의 경우 적립금의 10%에서 20%로, IRP의 경우 10%에서 30%로 상향하기로 했다. DB형 퇴직연금의 운용전략인 자산-부채 매칭(ALM)을 감안해 DB형에 한해 특수채·지방채의 적립금 대비 편입 한도를 30→50%로 상향한다.

또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 가능한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의 범위도 확대된다. 채권혼합형펀드의 주식 편입 한도를 자본시장법 규율과 동일하게 40% 이내에서 50% 미만으로 상향하고, 국채·통안채 담보부 익일물 RP매수와 MMF 등을 추가한다.

금융위는 "퇴직연금시장에 공급되는 원리금보장상품이 모두 투명하게 공시됨으로써 금리 베끼기 공시 및 이에 따른 불건전 과당경쟁을 방지해 공정경쟁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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