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29일, 선거제 개편 문제 논의를 위해 예정했던 의원총회를 하루 순연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와 위성정당을 유지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내외부적 반발이 거세진 탓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후 유튜브 라이방송을 통해 선거제 개편 문제에 대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 대표가 대선공약 파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총선에서 제1야당 지위를 보존하기 위해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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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에 비명계와 군소 정당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선거제 퇴행’이라고 비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비명계를 주축으로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계파 갈등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을 꼬집으며 “선거 승리를 위해 국민과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얘기”라면서 “이건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라며 “옳지도 않거니와 이렇게 하면 이길수도 없다. 소탐대실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혁신계를 자처한 비명계 의원들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지금 민주당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냐. 말 바꾸고, 약속 뒤집는 것도 모자라 이젠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이냐”면서 병립형 회귀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이날 SNS에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공약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가 했던 약속을 파기하는 결정을 할 경우 이 대표가 갖는 리더십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퇴행을 결정할 경우 ‘내홍’이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군소 정당에서도 선거제 퇴행에 대한 반발이 관측된다. 오는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끼리 빅텐트를 구성해야 하지만, 현재 민주당이 양당 체계를 견고히 하는 선거제 개편을 추진함으로써 야권의 갈등과 분열이 유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설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아니라 압도적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부터 빅텐트 얘기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선 모든 정치세력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 지금, 선거제 퇴행은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의당을 주축으로 한 진보 4당도 오는 30일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반대 기자회견으로 민주당 지도부 압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민주당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의원총회를 오는 30일로 하루 순연했음에도 선거제 개편 문제를 두고 장시간 갑론을박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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