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28명 난상토론에도 병립형 회귀 vs 준연동형 유지 의견 팽팽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코앞인데…선거제 결정 데드라인도 못 정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불발에 추가 논의도 감감무소식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1일 오는 총선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총의를 모으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결론 도출에 실패한 탓이다. 이들은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불발 등 주요 정치현안이 맞물리며 데드라인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 문제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토론에는 총 28명의 의원들이 참여했으며 ‘원칙론’과 ‘현실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비명계는 의원총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가 공약한 위성정당이 금지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이유다. 민주당이 스스로 공약을 파기할 경우 총선에서 지지를 호소할 명분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이 11월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및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가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한 것에 발을 맞췄다. 이들은 총선 승리가 곧 명분이며, 패배할 경우 대여투쟁의 동력 등을 상실할 것이라 우려하면서 제1야당 지위 유지를 위해 병립형 회귀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선거제 문제를 두고 이날 저녁까지 치열한 토론을 이어갔지만 사실상 의원총회는 빈손으로 끝났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좋은 제도를 충분히 여야 간 숙의를 거쳐 합의할 수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가능한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간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시간은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논의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표결되기 전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현안’ 대응에 급급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방통위원장 사퇴에 대해 “이런 꼼수를 쓸 줄 몰랐다. 예상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행태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준비한 변수에 허를 찔렸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방통위원장의 기습 사의를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된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못했다. 또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선거제 개편은 전혀 검토되지 못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12일로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에 대한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기한마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선거구 등은 선거 1년 전 획정돼야 한다. 올해 4월 10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하고 선거제를 정비했어야 했지만 8개월가량 방치되고 있다.

이는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제1야당 대표와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킨 탓으로 해석된다.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 문제가 지연될수록 군소 정당이 선거 사무에 어려움을 겪게 돼 거대 양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대 양당이 선거제와 관련된 논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에 따라 정치적 이익을 얻는 대신 유권자와 후보자들은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선거 환경에 노출돼 오는 총선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1일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예비 후보자들의 권리는 물론 헌법상 국민에게 부여된 선거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국회의원 정수 300명(지역구253명·비례47명)을 유지하는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오는 5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획정위가 획정안을 제출하면 이를 계기로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 남은 선거제 협상이 속도를 내 조속히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이 선거제 개편에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자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한 선거구는 국회가 검토 후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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