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출범 한달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지도부·친윤·중진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험지 또는 불출마를 요구한 지 한달째 무응답이 계속되자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김기현 당대표는 해당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당 내에서는 인 위원장의 요구가 과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혁신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 위원장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11차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총선에 서울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라며 "(김기현 대표가)혁신위에 전권을 주시겠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월요일인 4일까지 응답해달라고 못박았다.
혁신위 안건에 대한 당내 무반응이 한달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혁신위 무용론과 조기해체설까지 흘러나오자 불출마 선언과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를 통해 김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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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인 위원장은 혁신위 회의에 앞서 김 대표 체제 해체를 의미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혁신위)가 마감하면 운동선수처럼 바통을 넘겨주고 또 들고 뛰어야 한다. 선거대책위원회나 비대위나 무엇인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이 같은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 내에서도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오전 '전영신의 아침저널' 라디오에서 "순수한 의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즉흥적으로 말씀한 건 당내 많은 우려를 사고 있는 사항"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거절한 걸로 봐서는 (지도부와) 물밑 접촉이 없었거나 부족했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홍 의원은 "인 위원장의 진심은 알겠다. 지도부가 희생(혁신안)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뜻"이라면서도 "공관위원장이 총선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가 좌우된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 요구를 하셨겠나 생한다. 사실 그 요구를 받아들여 달라는 그런 말씀보다는 오히려 혁신안을 받아들여 달라, 저는 그 말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먼저 이 혁신위가 출범하면 당 대표가 분명히 모든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했지 않았나"라며 "저는 그래서 지금이라도 혁신위의 혁신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그리고 또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그걸 조금은 바꾸더라도 이것들을 대폭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인 위원장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12월 4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인 위원장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혁신위는 매주 월요일 온라인 회의, 목요일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는데 다음주 월요일 회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혁신위 활동은 사실상 조기 종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예정된 종료일은 오는 24일까지인데, 당초 예정보다 20일이나 빨리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 표현 방식이 너무 거칠다. 공관위원장 자리를 달라는 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라며 "받아 들여질 가능성도 없는 얘기를 왜하나. 혁신위가 스스로 논란을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달 동안 나올 수 있는 혁신안은 다 나온 거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이쯤해서 조기 종료하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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