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1년만에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열렸다. 노동신문은 4일 전날 평양에서 열린 어머니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당과 군부의 간부들을 비롯해 특출한 공훈을 세운 어머니들이 주석단에 앉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제1차 어머니대회가 열린 것은 김일성 시대인 1961년 11월 16일이다. 이후 김정일 시대에 조명받지 못했던 어머니대회를 김정은이 계승한 이유는 젊은 세대들의 사상교육과 함께 딸인 김주애 후계구도 굳히기에 목적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5차 어머니대회는 최소한 이틀 이상 열릴 전망이다.
북한은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할 만큼 외부문화 유입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데, 봉건사회인 북한에서 저출산 문제가 드러나는 것 역시 비사회주의 외부 문화 유입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특히 군부 관련 행사에 딸 김주애와 동행하면서 ‘김주애 후계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성인 김주애를 차기 지도자로 내세우기 위해 어머니 역할을 강조하고, 여성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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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3일 평양에서 개막됐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2023.12.4./사진=뉴스1 |
김 위원장은 어머니대회 연설에서 “사람이 누구나 어렵고 힘들 때면 자기를 낳아 먹여주고 입혀주고 첫걸음마를 떼어주며 키워준 어머니부터 생각한다. 나 역시 당과 국가사업을 맡아하면서 힘이 들 때마다 늘 어머니들을 생각하군(생각하곤) 한다”며 감성에 호소했다.
또 “지금 사회적으로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면서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이어나가는 문제, 최근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 문제들을 일소해 사회단합을 도모하는 문제, 공산주의적 미덕·미풍이 풍조로 되게 하는 문제,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보육교양을 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11년만에 어머니대회를 연 것은 김일성 시대를 계승하는 모습을 보여 충성심을 견인하면서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고, 동시에 딸 주애를 후계자로 세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다목적 포석을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어머니대회는 여러 측면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많아 보인다. 다목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편에선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김일성 시대 전통을 계승하는 모습을 보여 충성심을 견인하고, 핵·미사일 정당성 확보와 저출산 문제 해결 외에도 후계 세습 분위기 조성을 내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임 교수는 “이번 어머니대회의 숨겨진 의도로 김정은의 딸 김주애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여성=어머니’ 띄우기에 본격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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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항공절의 맞아 딸 주애와 함께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를 축하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2023.12.1./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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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미래세대의 상징인 김주애 후계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여성의 역할을 부각하고, 여성을 우대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사회주의 대개조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점진적으로 ‘여성-어머니’ 존중과 우대를 통해 북한사회를 점차 여성중심사회로 전환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여성은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에서 북한시장화를 이끈 주체이기도 하다. 종합적인 맥락에서 이번 대회가 당대회나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어머니대회는 2000년 이후 7년 정도의 주기로 개최됐으나 2019년부터 중단됐다가 11년만에 개최됐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개회사 골자는 비사회주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가정의 교육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젊은 세대의 이념이탈을 막고, 체제 공고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어머니들의 정치·사회·가정의 역할을 통해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고, 북한 내에서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암시했다”면서 동시에 “최근 김주애의 우상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친모에 대한 우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머니를 내세워 후계구도를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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