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불굴의 ‘회장님’들이 발벗고 나섰다. 대내외 환경 악화로 건설업계 위기가 여전히 가중되는 가운데 창업주들이 잇따라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전면에 서고 있다. 수많은 고난을 딛고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전력을 바탕으로 위기의 건설사를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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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각 사 |
6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은 지난 4일 경영 일선 복귀를 결정했다.
태영그룹 측은 윤 창업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건설업계 전체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윤 창업회장은 1933년생으로 올해 만 90세다.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한 이후 1990년 민영방송사 SBS를 창립했다. 자본금 300만 원의 건설업체 태영개발로 출발해 현재 건설·환경·물류·레저·방송 등 5대 사업축을 바탕으로 78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자산규모 10조 원이 넘는 태영그룹을 일궈냈다.
윤 창업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장남인 윤석민 당시 태영그룹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창업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윤 창업회장은 “적수공권, 맨주먹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몇 번이고 발주처를 설득해 일감을 따내고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최고를 목표로 품질을 개선해나갔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지성과 열정, 도전과 창조, 신뢰와 존중이라는 태영 정신을 바탕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었고, 위기와 난관을 성공과 영광으로 바꿔냈다”며 “그 결과 5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태영그룹은 어느덧 자산 총액 11조 원, 임직원 수 7700명에 이르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윤 창업회장이 물러난 이후 건설업계는 급작스런 대내외 여건 악화로 위기에 봉착했다. 태영건설 또한 PF 우발채무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악화되는 등 난관을 겪었다.
최근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윤 창업회장은 ‘책임경영’ 의지를 확고히 하며 90세 나이에 현장 복귀를 전격 결정했다.
현재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올해 8000억 원 이상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알짜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추가 매각하는 자구책과 사업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윤 창업회장은 앞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돼 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윤 창업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50년 전 태영건설을 창업할 때의 정신, 창업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걸 다 바친다는 각오로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창업주가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부영그룹 이중근 창업주가 2020년 사임한 이후 3년 만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부영그룹 또한 이 회장이 물러난 뒤 위기를 겪었다. 실적 감소를 비롯해 리더십 부재로 인해 신사업 등 사업 다각화 추진에 한계를 드러냈다. 경영에 있어 결정권을 가진 이 회장의 복귀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부영의 돌파구 마련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취임식에서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대내외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 신속하고 치밀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때”라며 “부영그룹은 국민을 섬기는 기업으로 책임 있는 윤리경영을 실천해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그룹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 회장의 경영 복귀로 그동안 미진하던 사업들이 새로운 활력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룹 임직원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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